매일신문

천재들의 우화 1, 2

유동범 엮음/ 바움 펴냄

어느날 슈베르트가 가수 포이글의 노래에 반주를 해주다가 갑자기 손을 멈추고 물었다.

"참 좋은 곡이군. 근데 이렇게 좋은 곡을 대체 누가 작곡한 거지?". 포이글은 기가 막혔다.

그 곡은 슈베르트 자신이 불과 2주일 전에 작곡한 것이었다.

슈베르트는 많은 작곡가들 가운데서도 작품 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의 천재적인 악상은 한 곡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다음 곡으로 이어지곤 했다.

그런데 그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즉시 그전에 자신이 작곡한 곡을 모두 잊어버리는 괴이한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슈베르트의 건망증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지만 그의 삶과 업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지식은 기억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끝없는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천재는 일종의 정신병자"라고 말했던 프랑스의 소설가 플로베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천재들은 바보같을 때가 더 많다.

때로는 대인 관계가 중시되는 사회생활을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다.

학교에서 중퇴한 후 무려 17년 동안이나 저능아 취급을 받던 국제천재클럽 회장 빅터는 서른 두살이 되어서야 자신의 아이큐가 161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문사에서 쫓겨나 자칫 만화가의 꿈을 접을 뻔했던 월트 디즈니는 시골 교회의 어두컴컴한 지하창고에서 미키 마우스를 탄생시켰다.

'천재들의 우화 1, 2'는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길 열망했던 수많은 천재, 위인, 명사들의 일화를 엮은 두 권의 책이다.

각각의 기상천외한 일화들이 짧고 간결하게 정리돼 있다.

또 각 장의 끝에는 일화와 관련된 명사들의 격언도 함께 실려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들이 결코 태어날 때부터 그 천재성을 발휘했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오히려 남들보다 훨씬 험난한 인생의 굴곡을 오르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작은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와 창조적인 사고, 그리고 어떤 장애도 뛰어 넘을 수 있는 불꽃같은 열정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빈센트 반 고흐, 루게릭 병을 앓으면서도 우주 탄생의 신비를 밝혀낸 스티븐 호킹, 왼팔을 잃는 끔찍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록밴드의 드러머로 재기한 릭 앨런 등 이들의 삶은 천재적 재능을 넘어 흔들리지 않는 집념과 포기하지 않는 인내로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천재의 곁에는 그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어 준 조력자가 있는 법. 이 책은 천재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끔 기회를 마련해 주고 묵묵히 뒷바라지해 준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일생을 헬렌 켈러에게 헌신한 설리번 여사, 아인슈타인이 오직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뒷바라지한 엘자, 절망하는 남편을 내조하며 희망을 북돋워준 폴 세잔의 아내 등이 주인공이다.

"천재란 한 덩어리의 대리석이다.

여기에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정신의 칼끝을 가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이것으로 신상을 만들든지 물그릇을 만들든지 하는 것은 노력과 정신이라는 칼 끝의 흔적에 불과하다.

" 비스마르크의 명언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이자 지금 이 순간 행여 남들에게 뒤떨어질까 조급해 하는 현대인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메시지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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