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허 현진건은 불국사 석가탑을 '수수하게 차려입은 담장미인(淡粧美人)'으로 묘사했다.
석가탑은 영원히 곁에 두어도 질리지 않을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조형미를 갖춘 채 1천200여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무영탑(無影塔)이라고도 불리는 석가탑에는 백제 석공 아사달과 그의 부인 아사녀의 슬픈 전설이 담겨있다.
남편이 탑을 깎다 사고로 숨졌다는 거짓 이야기를 듣고 아사녀가 연못에 몸을 던져 자결하자, 아사달도 뒤따라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다.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종교와 사회가 모두 타락한 혼란스런 정치 체제에서 지배이념에 맞서 싸우며 새 세상을 추구하는 정신과 예술혼을 읽을 수 있다.
이 같은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 '무영탑'이 '2004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오른다.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되는 6개의 오페라 작품 가운데 유일한 한국 창작 오페라다
'무영탑'은 이승선 계명대 교수가 작곡한 작품으로, 지난 2000년에 열린 경주엑스포 축하기념 공연으로 불국사 야외특설무대에서 공연된 바 있다.
당시엔 경북오페라단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지만,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위해 실내오페라로 개작됐으며, 오페라단도 '디오페라단'으로 바뀌었다.
'무영탑'의 선율은 듣기에 편하다.
국악적·전통적 색채가 강해 처음 듣더라도 한국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음악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대사(레치타티브) 부분이 대부분 선율로 처리돼 있다.
실내오페라로 개작하면서 공연시간도 3시간여에서 2시간30분 정도로 줄었다.
예술총감독은 박희숙 디오페라단장이 맡았으며 최현묵이 연출을 맡고, 이동신(계명대 음대 겸임교수)이 지휘하는 대구스트링스챔버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담당한다.
이 밖에 35명으로 구성된 디오페라 합창단(지휘 김돈)과 영남불교대학 어린이합창단, 장유경 무용단 등이 무대에 오른다.
아사달 역에는 테너 손정희·여정운, 아사녀 역에 소프라노 신미경·이정아가 캐스팅됐다.
아사달을 사모하는 금비 역에는 소프라노 이은림과 린다박이, 아사녀를 짝사랑하는 고모래 역에는 바리톤 이인철과 김창현이 출연한다.
12, 13일 오후 7시30분 대구오페라하우스. 1만~5만원.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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