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강가에 앉아 그리움이 저물도록 그대를 기다렸네

그리움이 마침내 강물과 몸을 바꿀 때까지도

난 움직일 수 없었네

바람 한올, 잎새 하나에도 주술이 깃들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모두 그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매순간 반딧불 같은 죽음이 오고

멎을 듯한 마음이 지나갔네

기다림, 그 별빛처럼 버려지는 고통에 눈멀어

나 그대를 기다렸네

유하 '너무 오랜 기다림'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된장이나 김치처럼 그리움, 기다림, 또는 외로움 같은 정서들은 유행을 타지도 않고 시간의 침식을 받지도 않는 듯하다.

그것이 진정한 것이라면 모든 그리움은 멎을 듯한 마음의 흔적이며 누구에게나 기다림은 너무 오랜 기다림이다.

나는 지금 첫사랑의 무덤을 하염없이 쓰다듬는 검은 외투의 실루엣, 주술 깃든 여인의 젖은 눈을 보고 있다.

그리움이 저물도록, 기다림의 날들은 얼마였을까. 아마도 한평생이 걸렸으리라.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