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동길의 배트남 여행기-(11)푹푹찌는 하노이 열대야

2003년 8월 10일 오후 늦게 호치민에서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 항공편으로 도착했다.

낯선 길이지만 택시를 이용해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중심가에 내리자마자 오토바이맨이 다가왔다.

아주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를 안내하겠다고 친절한 자세로 유혹을 한다.

조금 망설이다가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오토바이맨이 멈춘곳은 신카페 여행사 건물로 매우 오래된 낡은 건물처럼 보였다.

5달러짜리라고 한다.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가 있기는 한데 너무 오래된 것이라 시원하게 돌아가지를 않는다.

하룻밤만 참으면 되는데 싶어 그대로 계약을 하고 짐을 풀었다.

그날밤 처음으로 겪게 되었던 베트남의 열대야,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습도가 많아서 칙칙하고 기분 나쁜 것이 지옥에서의 하룻밤 같았다.

방안을 드나드는 도마뱀은 공포의 대상이 돼 불면의 밤을 한층 더 지겹게 하였다.

밤이되자 정돈되지 않은 미로의 골목길은 생각보다 인상적이었다.

낮에 잠깐 비친 도시의 중심지는 한가로워 보이기도 하고, 교통 혼잡이나 소음, 공기 오염같은 도시중심지에서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잿빛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호치민 사람들에 비해 하노이 사람들은 매우 젊잖고 친절하고 유쾌한 인상을 풍겨 기분이 좋았다.

호치민에서의 쇠창살이나 철대문 따위의 살벌한 모습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여행하기에는 안전한 도시같았다.

때때로 외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음식문제인데 요즘은 어느나라를 가더라도 한국식당이 있어서 편리하다.

이곳 하노이에도 한국식당이 있었다.

중심지에 위치한 한국 레스토랑(화룡관)에 들렀다.

내려다 보이는 호안 끼엠 호수의 야경은 매력적이었다.

구시가지는 토착민의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한 두 블록만 걸으면 곧바로 거리의 이름이 바뀌는 매우 좁은 골목길이 특징적이다.

배낭여행객들에게는 이곳이 안성맞춤인 듯 여러인종의 여행객들이 좁은 거리마다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또 골목길마다 특징있는 가게들이 있어 볼거리가 많고 심심할 여가가 없었다.

하노이의 구시가지는 천년이상의 역사를 지닌 독특한 거리로 과거 36개 상인 조직이 각각 한거리를 맡아 정착해 36개의 거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 역시 거리는 좁고 미로와 같고 뒤로 길쭉한 동굴 같은 가옥들이 대부분이었다.

돌아다니다 길거리 난전에서 파는 음식이 구미를 당겨 우리나라 목욕탕 의자 만한 작은 의자에 앉아 닭 국물에 쌀국수를 넣은 퍼 라는 음식을 한그릇 시켰다.

값을 물으니 베트남 돈으로 5천동(한화 약 400원) 이라고 해서 사먹었는데 닭고기가 맛이 있어 1천동을 더 내밀었더니, 아주머니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기 2조각을 국물에 담가주었다.

베트남 돈에 대한 감각이 부족해서 돈을 좀 적게 주었나싶은 민망스러움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밤늦은 시간에 숙소에 돌아오니 젊은 주인이 퇴근을 서두르고 있다.

5달러 짜리 값싼 숙소를 원하긴 했지만 설마 견디겠지 했는데, 8월의 무더위라 그런지 온밤을 두고두고 후회를 할 만큼 무더운 날씨였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두통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고, 숨막히는 열대야를 처음 경험하는 터라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더군다나 욕실 상태가 좋지않아서 샤워도 제대로 할 수 없어 감옥아닌 감옥살이를 했다.

베란다에 나와 거리를 내다보니 여기저기 집 앞 마다 웃통을 벗은 속옷 바람의 베트남인들이 새벽시간까지도거리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날 있었던 처음 겪는 열대야 열기는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열대야와 밤새도록 싸우고 난 뒤 눈꺼풀 축 처진 모습으로 다음 날 아침 하롱베이로 떠나는 버스에 올랐다.

장대같은 소낙비가 쏟아붓는 날이었지만 여행객들은 버스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여동길 전 계명대교수·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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