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보는 괜찮은 스릴러 한편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 허리케인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카오스 이론을 전면에 깐 '나비효과'(J 맥키 그루버·에릭 브레스 감독)는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텐데'라며 한번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꿈꾸는 대다수 사람에게 충격적인 해답을 주는 영화다.
주인공 에번은 어릴 때부터 기억이 끊어지는 증상을 앓고 있다.
'메멘토'의 레너드처럼 그도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다.
레너드가 잃게 될 기억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겼다면, 에번은 일기라는 조금더 고차원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대학생이 되면서 증상이 호전된 그는 희미한 과거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어릴 적 친구들을 찾아간다.
하지만 친구들은 유년 시절의 '그날' 이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자폐증 환자인 레니, 건달의 인생을 살고 있는 토미, 그리고 첫사랑 켈리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도대체 어린 시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과거를 되돌린다면 이들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화는 이 물음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에번은 일기장을 통해 과거로 향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자신은 물론 친구들의 운명 바꾸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과거를 바꿀수록 현실에는 더 끔찍한 불행이 기다리는데….
항상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일을 후회하는 인간의 심리를 건드리는 이 영화의 기발한 착상은 연출과 각색을 함께 맡은 에릭 브레스와 J 메키 그루버의 영리함과 치밀함의 산물이다.
게다가 데미 무어와의 열애설로 널리 이름을 알린 애쉬튼 커처와 에이미 스마트가 보여주는 발군의 연기는 영화의 맛을 더한다.
그러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고 반전이 숨어 있기는 하지만, 결과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거스르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 영화는 산만한 느낌. '메멘토' 등의 스릴러처럼 충격적인 반전이나 두뇌플레이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듯하다.
19일 개봉, 상영시간 113분,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영화 '나비효과' 개봉 기념으로 '내 인생에서 가장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은?'이라는 주제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총 3천540건의 네티즌 응답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사랑에 관한 기억이었다.
과반수의 네티즌들이 사람과의 이별, 버림받은 기억 등을 꼽았다.
특히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잊고 싶으면서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술에 취해 실수했던 과거, 친구와 싸웠던 일 등에 관한 기억을 지우고 싶어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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