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3일 정부 여당의 '여·야·정 원탁회의'를 전격 수용한 것은 "정쟁만 일삼는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박근혜(朴槿惠) 대표까지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긴급하게 연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등 4대법안을 둘러싼 여야간의 대치 때문에 새해예산안 처리와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원탁회의까지 거부할 경우 국정 파행의 책임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또 민생·경제법안은 정기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한나라당으로서는 여권이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위해 제안한 원탁회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박 대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여당이 민생관련 법안을 들고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에 명분에서도 뒤질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원탁회의가 가동될 경우 '4대입법'의 처리시점이 뒤로 늦춰져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날 원탁회의 수용과 함께 조건을 내건 것이 다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여야가 주요법안에 합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2, 3개 정도의 특위를 구성해 각 상임위에 흩어져 있는 민생 법안들을 일괄적으로 다루며, 공정거래법안은 논의하되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언론관련법, 사립학교법안 등 이른바 4대 법안은 의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한나라당이 이 같은 조건을 내걸었지만 열린우리당 측은 일단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이부영 의장은 24일 한나라당의 원탁회의 수용에 대해 "우리 정치에서 끝없는 대결과 갈등이 대화와 타협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며 "예산이든 개혁입법이든 이번 정기국회에서 큰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당 수석부대표 접촉을 통해 원탁회의 일정을 잡기로 하는 등 여야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오늘 양당 수석 부대표가 접촉을 한 뒤 이르면 오늘 오후라도 (여·야·정 원탁회의를)열겠다"면서 "기금관리법과 국민연금법 등 투자활성화와 관련된 협의를 먼저 꺼내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민생챙기기를 위해 원탁회의를 수용했다고 하더라도 4대입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실효성있는 회담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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