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외 어학연수 성공하려면

조만간 겨울방학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날 것이다.

어학연수의 장점은 주위의 모든 상황이나 사람과의 관계가 모두 영어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현지의 장점은 쉽게 간과된다.

영어를 교과서적이고 학문적인 관점으로 '공부'로만 하려고 드는 탓이다.

◇적극적으로 말을 걸자

speaking을 향상시키려면 우선 '말을 배운다'는 자세보다 '말을 건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학습자의 강력한 의지와 적극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어 습득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어학연수를 갔을 때 수업 외에 돈을 들이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1-888-xxxx or 1-800-xxxx에 전화 걸기=우리나라의 080번호처럼 북미에서 이 번호들은 공짜다.

이런 번호를 yellow page에서 찾아서 틈 날 때마다 전화를 건다.

호텔, 항공사, 여행…. 첫 시도에 상대방 말을 잘 못 알아들으면 같은 업종의 다른 곳으로 전화해서 물어본다.

이전보다 훨씬 잘 들릴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똑같은 질문에 대한 듣기에 익숙해지면 답변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점차 "Hi, My name is Robert. I would like to get two tickets to travel to London with my brother." 같은 꾸며진 이야기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쇼핑하면서 묻기=필요한 물건이나 책을 사기 위해 가게. 서점 같은 곳에 가면 상대방이 피곤할 정도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더 싼 것, 더 큰 것, 더 작은 것,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교체하고, 애프터서비스는 어떠하고 등등 물어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귀한 경험을 무시하고 원하는 물건만 달랑 산다면 돈 들여서 연수 간 의미가 반감될 것이다.

▲학교나 학원에서=쉬는 시간에 교사나 사무직원 등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건다.

아는 것도 모르는 체 하면서 물어볼 수 있고 좀 친해지면 사적인 것도 물어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서 들려준다.

이상한 눈길을 받기도 하겠지만 대중 앞에서 완결된 한 토막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speaking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준다.

◇홈스테이 제대로 하자

한국 음식에 대한 향수와 돈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한국 학생들끼리 방을 구해서 같이 사는 것은 어학연수를 간 의미를 완전히 없애버린다.

현지 원어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홈스테이가 필수다.

영어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부담 없이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때로는 수업 내내 한 대화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동적 자세에서 탈피해 스스로 주도자가 돼야 한다.

"How are you?"

"Fine."

"How is your class, today?"

"Not bad."

이런 식이라면 다음 대화가 계속되기는 어렵다.

홈스테이에서 말문을 트려면 다음의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것은 계속 물어봐야 한다.

가령, 음식이 맛있으면 어떻게 만드는지, 비가 늘 이렇게 많이 오는지, 왜 다운타운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데모를 하는지….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로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있다.

이런 의문점들을 덮어두고 밥 먹고 자기 방으로 쏜살같이 가버리는 것은 정말 손해다.

둘째,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야 한다.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고 해도 TV 앞에 같이 앉아 귀찮을 정도로 TV 내용을 묻거나 말을 걸어야 한다.

일요일에 집 주인이 쇼핑하러 간다면 짐을 들어주겠다는 명분으로 따라 간다.

마트에 있는 물건만큼이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홈스테이 가족이 주말에 캠핑을 가면 체면불구하고 따라가야 한다.

◇문화를 수용하는 자세를 갖자

많은 한국 학생들은 홈스테이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과의 문화적 간격을 조금만 줄인다면 그들의 '홈(Home)'은 못 살 곳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학생들은 그들의 문화를 수용하기보다 불평하기를 좋아한다.

낮에 친구들과 홈스테이에 대해 불평하다가 집에 가서 그들과 웃는 얼굴로 마주 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홈스테이는 내 집이 아니다.

내가 돈 내고 쓰니까 주인에게 마음대로 하겠다고 들었다간 큰 코 다친다.

캐나다, 호주, 미국 등의 가정에서 남자가 여자의 허드렛일을 돕는 것은 기본이다.

자기 남편도 요리나 설거지를 돕는데 남의 나라에서 온 아이가 밥 먹고 고맙다는 말도 말없이 휑하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어느 주인도 좋아할 리가 없다.

샤워 후 정리, 침대 정리 같은 건 일이 분이면 가능한데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하나하나가 주인과 학생 사이를 갈라놓는다.

홈스테이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음식의 차이다.

우리처럼 맵고 짜고 얼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싱거운 음식을 먹는 것은 사실 고역이다.

이 난관을 극복하려면 우선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남의 나라 음식을 먹는 것도 외국어 학습의 연장이다.

그 나라 음식은 그 나라 문화이며, 그 문화는 곧 언어이기 때문이다.

문강명(문깡외국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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