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학습을 아시나요?"
유아나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엄마표 학습' 붐이 일고 있다.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만 무작정 의지해서는 올바른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엄마·아빠가 직접 자녀를 가르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가정의 학습 환경과 기회 제공이 중요한 영어교육 분야는 1,2년 사이에 엄청나게 확산됐다.
▲ "학원 가기 싫어!"
"Hello eddy! Where are you going?"
"I'm going to…엄마 '학원'을 영어로 뭐라고 해?"
일요일인 지난 21일 오후 지현이(10·여)와 아현이(11·여), 원이(8·여)는 책상에 둘러앉아 영어 역할극에 열심이었다. '놀이'를 통해 말하기를 익히고 있는 것. 아는 단어는 안되지만 직접 만든 캐릭터 인형을 손가락에 끼우고 엄마에게 이것저것 질문해 가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세 아이의 가족은 매주 일요일마다 한 집에 모인다. 학원에 가지 않는 대신 '엄마 선생님'께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엄마들은 인터넷에서 캐릭터를 프린터하고 상황을 설정하는 등 미리 교재를 마련하고 그날 가르칠 단어와 표현 등을 공부해둔다.
지현이 엄마 김선미(35·남구 봉덕동)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엄마 선생님'이 됐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지현이가 '죽어도 학원에 안 가겠다'며 버티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 뛰어들었다.
아현이 엄마 이미정(34)씨도 같은 이유로 '엄마표 학습'에 입문했다. 이씨는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 교육은 학원에만 맡겨놓은 채 안심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현이가 무작정 학원가기를 거부했다"며 "억지로 혼내 학원을 보내봤자 역효과만 날 것 같아 직접 가르쳐 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 엄마표, 왜 필요할까?
대다수의 엄마들은 과외나 학원에 아이들을 맡기고는 '알아서 잘 가르쳐 주겠지'하며 안심하기 쉽다. 하지만 엄마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공부'에 대한 거부감만 키울 수 있다. 더구나 오후 내내 이곳저곳의 학원을 옮겨 다니다 보면 아이와 엄마 모두 지치게 마련이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제갈 원(8·여)양의 엄마 김유정(34·수성구 지산동)씨는 "직접 영어를 가르치니 학원비 절약도 되는 데다 학원을 오가는 시간도 줄어들어 시간활용이 훨씬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또 내 아이의 눈높이와 요구에 알맞은 맞춤식 교육이 가능하다. 공부하기 싫은 날 억지로 공부를 시키지 않을 수 있고, 아이가 특별히 흥미를 보이는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지도도 가능한 것.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선미씨는 "지현이가 가족 나들이를 좋아해 체험학습을 통해 영어를 익히도록 자주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방문 장소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영어 자료로 만들어 오가는 동안 공부하게 하면 이날 익힌 단어는 오래도록 잊어버리지 않아 효과 만점"이라고 소개했다.
▲ 공부하는 엄마가 돼야만…
'엄마 선생님'이 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한참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여가며 공부를 해야 하는 탓에 정성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게다가 엄마가 얼마만큼 아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실력이 좌우되기 때문에 엄마의 '공부'는 필수다.
이미정씨는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의 10배 이상을 엄마가 배우는데 투자해야 한다"며 "퇴근 후 공부하다 보면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가 일쑤"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공부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쑥쑥(suksuk.com)이나 잠수네(jamsune.com), 엘레맘(elemom.com) 등 학습자료와 교육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조기 영어교육이나 초등학생 교육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데다 자녀를 가르치다 부딪히는 문제나 고민 등을 나누고 전문적 상담을 받을 수도 있으며, 학습교재와 활용법도 찾을 수 있다.
지역별로 엄마들의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해 '쑥쑥'의 경우 지역별·연령별로 100여개의 소모임이 만들어져 있다.
세 엄마들이 처음 만나게 된 것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였다. 처음 '엄마 선생님'이 되겠다고 생각한 후 막연한 고민을 털어놓다 어느날 '힘을 합치자'고 의기투합한 것.
엄마들은 '쑥쑥'을 이용, 개인 블로그에 '교육 다이어리'를 쓰며 그날 아이들이 공부했던 내용과 방법을 공유하고 다른 학부모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아이들 교육에 활용할 교재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엄마 선생님, 생각만큼 어렵지만은 않아요. 엄마만큼 내 아이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니 아이에 대한 사랑도 깊어지구요."
'엄마 선생님'의 즐거움에 푹 빠진 세 엄마는 "아이랑 씨름하느라 몸은 녹초가 돼도 마음만은 늘 즐겁고 신난다"며 엄마표 교육 예찬론을 펼쳤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사진: 지현이네와 아현이네. 원이네 가족은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엄마들이 직접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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