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대 1. 요즘 기업들의 신입사원 입사경쟁률 얘기가 아니다.
지난달 21일 경기도 광명시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록 페스티벌 '2004 K-록 챔피언십'에 참가한 밴드 수가 540여개.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 한 팀만이 대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주인공은 대구 출신의 4인조 록밴드 '해령(海靈)'. '바다를 떠도는 영혼'이라는 뜻처럼 '해령'은 이날 열린 결선 무대에서 독특하고 경쾌한 록음악을 선보이며 물귀신처럼 사람들을 자신들의 음악 속으로 끌어들였다.
"결코 취미 정도로 음악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만의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죠." 권정열(22·보컬), 유지원(27·기타), 윤철종(23·베이스), 홍권일(24·드럼) 등 4명으로 구성된 '해령'은 지난 2000년 구미에서 결성됐다.
지금 매니저를 맡고 있는 김재성씨가 작은 도시 구미의 대표 밴드를 만들어보자며 멤버들을 모았다.
권정열과 윤철종은 구미 출신이고 유지원은 당시 금오공대에 재학 중이었다.
결성한 지 4년째지만 '해령'의 실질적인 활동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인디밴드들이 흔히 그렇듯 멤버가 교체되기도 하고 활동이 뜸하기도 했죠.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중 앞에 설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나서지 않겠다는 각오 때문이었어요."
이들은 주로 '헤비' 등 대구의 클럽을 중심으로 홍대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클럽에서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워낙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끼리 모이다보니 음악적 색깔을 두고 다툼도 많았다.
스피드 메탈, 하드록, 재즈, R&B 등 각자가 추구하는 장르도 달랐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많이 싸웠어요. 서로 좋아하는 음악 색깔이 다르니까 조화시키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밥을 먹으면서 서로 쳐다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덕분에 저희만의 독특한 리듬과 멜로디 라인이 나온 것 같습니다.
"
해령은 'K-록 챔피언십'에서 '오리달려'와 '치킨런'을 연주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 곡들을 두고 '해령'은 '동물 농장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다.
1, 2탄은 각각 '오리달려'와 '치킨런'이고 3탄은 '멍키 점프', 4탄 '멸치', 5탄 '고래의 비애'라는 식이다.
왜 하필 동물을 선택한 것일까. "어떤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각각의 동물의 성격에 비유해서 간접적으로 노래하는 게 더 좋더라구요."
'오리달려'가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오버그라운드 밴드를 향해 갖는 막연한 동경을 비판했다면 삼계탕이 되지 않으려 도망치는 닭을 노래한 '치킨런'은 조류독감이나 불량 만두 파동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금새 들끓고 식어버리는 대중들의 '냄비효과'에 빗댄 노래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23일 1집 앨범 '더 고스트(The Ghost)'를 낸 이들의 목표는 대중들을 '해령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것. 아직 앨범 낼 시기가 아니었다고 말하면서도 눈빛은 새 앨범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일반인들과 인디 문화 사이에는 다가서기 힘든 벽이 있어요. 대중들이 그저 눈에 띄는 메이저밴드들만 선호하지 말고 인디밴드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밴드를 좋아해주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무대에 서더라도 "자랑스런 대구의 인디밴드"라며 스스로를 소개한다는 '해령'. 그들의 살아있는 열정이야말로 척박한 국내 인디 음악 문화의 토양을 기름지게 할 자양분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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