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괌은 조용하다. 이글거리는 태양, 에머랄드빛 바다, 무공해의 푸른 하늘. 울창한 야자수는 그대로지만 단 하나 온갖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괌은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 열대지방이지만 그래도 겨울이니만큼 뜨겁지도 않다. 사람까지 드문드문해 느긋함이 가득하다.
요즘 괌은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을 원하는 가족 관광객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한적한 해변도 많이 숨어있어 가족끼리, 연인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괌의 진정한 주인은 원주민인 차모로족이다. 시커먼 피부, 온몸에 새겨진 문신 등으로 언뜻 보기엔 험상궂게 생겼지만 마음은 순박하다. '하파다이(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원주민들은 '빨리빨리' 등 간단한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해 웃음을 준다.
괌에서 신기한 것 중 하나는 스콜이다. 열대성 강우인 스콜은 하루에도 서너 번씩 맑았던 하늘을 갑자기 흐리게 만든다. 소나기가 내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진다. 비가 내리는 지역은 극히 적어 한 지역에 비가 내리더라도 멀리 다른 쪽을 보면 햇빛이 환하게 내리쬔다. 스콜때문에 생기는 무지개는 이국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어느 열대지방에도 스콜이 있지만 괌의 그것이 편안한 것은 주변의 경관이 아름다운 데 대한 여유가 있기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스콜은 금방 그치기 때문에 우산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어릴 때나 경험할 수 있었던 무공해의 빗물로 시원한 샤워를 하는 것도 괌에서 만나는 특별한 멋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괌은 심심할 수도 있다. 다만 지친 눈을 서늘하게 하고 찌든 마음을 씻는 데는 괌만한 곳도 없다. 괌은 미국령으로 크기는 제주도의 1/3 정도. 길이 50km, 폭 7~15km의 길고 가늘게 펼쳐진 산호섬으로 남태평양의 대표적인 휴양지다. 1521년 마젤란이 세계 일주 도중 발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스페인→미국→일본→미국의 통치를 거쳐 1950년에는 미국의 자치 속령이 되었다. 현재 인구는 약 18만명. 앤더슨 공군기지 등 군 시설들이 섬의 1/5에 해당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미군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글'사진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사진: 하루에도 몇번씩 내리는 스콜은 무지개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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