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은 맛 있었다', '성 범죄의 재구성', '첫 경험만 50번째', '해리포터와 아주 까만 여죄수'…
이쯤 나오면 대부분 '아~하' 한다. 에로비디오 제목이다. '멋 있었다'를 '맛 있었다'로 바꾼 것에, '첫 키스만 50번째'를 '경험'으로 바꾼 것하며… 16mm 에로비디오업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코믹 패러디다.
에로비디오에 가장 많은 색깔은? '빨간색'…'땡~'. 정답은 살색이다. 한번 로케이션에 몇편이 만들어질까. 3편이다. 가면서 1편, 가서 1편, 오면서 1편. 물론 웃자고 하는 과장된 유머다. 그만큼 '막' 만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발군'은 있는 법. 에로비디오계에서도 불후의 명작이 있고, 명불허전이 있다. '연어'라는 에로비디오가 있었다. 이미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2000년 작품으로 '에로비디오의 '매트릭스''라는 평을 듣는 작품이다.
출시 당시 광고 카피는 '연어의 회귀본능을 인간 내면의 원초적 본능으로 미화시킨 에로작'이었다. 과장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토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에로비디오의 과장은 심한 편이다. 손만 대면 신음소리가 자동으로 튀어나는데, 리얼리티는 아예 생각조차 않은 듯하다.
제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연어'는 이러한 패러디 대열을 부정했다. 어떤 연상도 불허한다.
'연어'는 형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댄서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태민이 댄서를 못 살게 구는 지배인과 벌이는 갈등이 줄거리다. 언뜻 판에 박은 듯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35mm 극영화 뺨 칠 정도로 세련됐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구조도 이색적이고 카메라워크도 화려한 편. 홍콩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영상기법인 저속촬영을 통해 도시를 훑어내는 화면효과와 자막을 통해 주인공들의 내면을 표출한 것도 기존 에로비디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특히 현장감 넘치는 동시녹음은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연어'의 최대 미덕(?)은 바로 정희빈이라는 에로배우다. 그녀는 상당히 귀족적인 마스크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그녀는 옷을 벗지 않았다. 맙소사! 에로비디오 여배우가 옷을 벗지 않다니. 정희빈의 섹스는 '까발기듯'하지 않았다. 늘 숨겨두었다. 가슴만 겨우 보여줄 뿐, 남자의 몸을 휘감으며 섹스의 '환락'에 젖은 섹녀의 모습은 아니었다.
웨딩드레스 사이에 허벅지를 살짝 보여주거나, 두꺼운 외투를 걸친 채 자동차 위에서 슬쩍 해치우는 것이 섹스였다.
그러나 팬들은 열광했다. 알몸을 보여주지 않는 그녀의 도도함에, 첫사랑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마스크, 에로비디오업계의 '질펀함'을 비웃는 파격성으로 인해 그녀는 2000년 에로비디오의 히로인이 됐다.
'연어'를 만든, 그리고 향후 에로비디오의 네오로 떠오른 인물이 바로 봉만대였다. (다음호에 계속)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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