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藝術賞 수상 거부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 애드가 드가는 독설가로도 명성이 자자했던 인물이다. 어느 날 한 동료 화가가 그에게 제자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평가를 얻으려 했을 때 쏘아붙인 독설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동료 화가가 '활 쏘는 사냥꾼'이라는 작품을 보여주면서 "참 잘 겨누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이때 드가는 서슴없이 "상(賞)을 겨누고 있군 그래"라고 대답했다. 진정으로 작품에 대한 평가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상을 노리는 욕심으로 가득 찬 그림이라고 비꼰 말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예술가들도 있어 신선한 공기를 안겨주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영예롭기 그지없는 상조차 물리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보아 왔다. 지금은 다른 세상으로 떠난 세계적인 명배우 말론 브란도의 아카데미상 수상 거절은 좀 색달랐다. '대부 2'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뽑히자 '할리우드의 인디언 차별 대우'를 이유로 거부했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올해 제정한 '올해의 예술상' 무용 부문 수상 거부 사태가 일어났다. 7개 부문 가운데 무용 부문에는 최우수상(1)과 우수상(2)이 주어지게 됐으나 무용단 '댄스씨어터 온'이 "심사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 파문으로 복권기금 12억원을 들여 제정해 기대됐던 이 상이 출범부터 얼룩을 면치 못하게 됐다.

○…어떤 상이든 논란의 여지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유망한 무용공연 단체로 성장, 주목돼온 이 무용단이 3천만원의 상금을 포기할 정도라면 석연치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각종 문화예술상을 둘러싼 잡음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실이나 인맥 작용 등으로 권위가 떨어진 경우가 많고, 없는 것보다 못해 없애자는 주장과 마주쳐온 상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문화예술 발전에 제 역할을 하는 상의 운영은 창작이나 그 활동을 펴는 작업에 못지 않게 어려울는지 모른다. 더구나 상은 설득력이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할 때 자존심이 강한 예술가들에게 상처를 안겨 줄 수 있다. 원래 취지의 퇴색은 물론 되레 폐해를 낳는 경우마저 없지 않은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수상 거부를 계기로 문화예술상들의 '본래성 회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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