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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 속에 집을 하나 지었는데

사라졌다

나뭇가지 위에서

한숨쉬며 흔들리다

지붕이 날아간 거다

그 집 구석방에

책상 서랍 속에

카드에서 오려낸

새를 하나 넣어두었는데

그 집을 데리고 날아간 거다

벌써 십수년을

손톱만한 날개의 새가

그 집을 끌고 날아다니자니

힘들겠다

눈이 자꾸 와야 하는데

최정례 '눈'

한바탕 함박눈 펑, 펑, 내렸으면 좋겠다.

막힌 가슴 펑, 펑, 펑, 뚫렸으면 좋겠다.

펑, 펑, 펑, 펑, 내리는 눈송이 속에는 꿈꾸기 좋은 구석방이 있고, 꿈을 접어 넣어 둔 조그만 책상 서랍이 있고, 서랍 속에는 카드에서 오려낸 새 한 마리 살고 있는 꿈꾸는 집이 있다.

그 집은 눈의 정령으로 지은 동화 속의 곳간, 눈이 자꾸 와야 하는데 지붕 날아간지 이미 오래이니 손톱 만한 날개 힘들었겠다.

검은 욕망의 손아귀로부터 흰눈의 정령을 지켜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한숨으로 그을린 나날들 파묻히도록 펑, 펑, 함박눈 내렸으면 좋겠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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