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女교수 자살…집단 따돌림?

"교수사회 파벌다툼 희생양"…대학 진상조사

지난달 목숨을 끊은 대학 30대 여교수의 자살사건과 관련, 유족들이 대학내 교수사회의 집단따돌림 문제를 제기, 대학 당국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ㄱ대 대학본부는 9일, 대구시 동구 자신의 집에서 지난달 12일 목을 매 숨진 안모(37·여) 교수의 죽음과 관련, 교수 등 5명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학과 교수들과 개인 면담을 갖는 등 조사에 들어갔다. 유족들도 청와대 및 교육부 등 관계기관에 '안 교수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과 의문을 풀어줄 것을 요구키로 했다.

유족들은 안 교수가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교수 사회의 파벌다툼과 집단따돌림 등의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한국에서 초·중학교를 다녔고 9년동안 이 대학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쳤는데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또 "안 교수가 지난 몇 달간 교수 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욕설 등 인격적 모독과 집단따돌림 등의 내용을 담은 편지와 이메일 등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텼는지 잘 나타나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가 숨진 뒤 학생들이 '영전에 바친 글'이나 동문 인터넷 카페 등에도 이러한 문제를 추정케하는 내용이 비쳐져 있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희생이 학교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비정상이 판을 치다보니 정상이 오히려 비정상 취급을 받고 있다', '선생님처럼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삶 살겠다' 등이 적혀있는 것.

유족들은 "안 교수는 숨진 지 열흘이나 지난 뒤에 발견됐다"며 "매일 정확한 시간에 출근하던 동료 교수가 10일간 결근했고 학생들도 안 교수가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는데 어느 누구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동료 교수들은 문제 확대를 우려하면서도 의문점이 있다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동료 교수는 "누가 문제를 야기했는지 밝힌다고 한들 지금에 와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교수 사이에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지만 이번 사안을 침소봉대해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다른 교수는 "고인의 명예와 유족들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만약 사실이라면 공론화를 통해 재발방지를 해야 할 것이고, 사실과 다르다면 동료 교수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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