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비 '0원'…신 빈곤 직장인 늘어

안정된 직장을 갖고도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 '0원'에 가까운 빈곤한 생활을 하는 '신(新)빈곤 직장인'이 늘고 있다.

신빈곤 직장인층에는 중소기업 근로자, 운전기사 등 '고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일반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공무원 등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혼자 가족을 부양하고 있으며 매월 150만~200만원을 받아도 높은 물가상승률, 각종 세금 및 공과금, 자녀교육비 등으로 필수생활비외에 지출이 거의 없을 정도로 먹고 살기에 급급하다는 것. 가계지출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엥겔계수'가 높은 편이며 외식, 여행 등은 사치에 가까울 정도다. 특히 이들은 금융권 채무, 생활고 등으로 업무 불성실, 가정불화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수다.

10년째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김모(40·달서구 장기동)씨는 "하루 15시간 정도 일해 200여만원을 벌지만 가족들의 기본 생계비 외에는 쓸 돈이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며 "심지어 자녀 학원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활고를 호소했다. 북구 한 중소기업에서 3년째 일하는 박모(28·서구 비산동)씨는 "150여만원을 받지만 술 한잔할 여유가 없다"며 "휴대전화, 인터넷 요금 등 각종 납부금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고 털어놨다.

신(新)빈곤 직장인에는 전통적으로 안정된 직장으로 인식되는 공무원, 경찰, 은행원 등도 꽤 포함돼 있다. 대구시청 및 8개 구·군별 봉급압류자는 전체 공무원의 1% 정도로 이들은 자신의 월급조차 온전히 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찰 역시 카드빚이나 각종 채무관계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진 경찰관에 대해서는 주요 부서나 경리 부서에 배치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지어 은행원임에도 신용불량자로 분류된 직장인도 있다.

구청 공무원 이모(44)씨는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만 했던 아내가 부업에 나서야 할 형편"이라며 "보너스를 받은 달에도 밀린 집세,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고 나면 저축은 엄두도 못낸다"고 했다.

결혼을 앞둔 은행원 윤모(30)씨는 "어머니가 병원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에 월급의 3분의 1정도가 병원비에 들어가고, 취업을 앞둔 동생에게도 매월 20만~30만원씩 주고나면 쓸 돈이 없다"며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욕할지 모르지만 사실 경제적 하층민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각종 세금, 공과금 등 기본적인 생활유지비가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보니 미취업자 등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월급을 고정적으로 받아도 빈곤층에 가까운 생활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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