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승부차기서 울었다

챔프전 2차전 수원과 120분 사투…김병지 실축 준우승

예고된 운명의 승부였을까.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의 챔피언이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을 대표해온 골키퍼 김병지(포항 스틸러스)와 이운재(수원 삼성)의 손에 의해 갈라졌다.

12일 오후 어둠이 내리 깔리기 시작한 수원월드컵경기장. 정규리그 전·후반기에서 각각 우승한 포항과 수원은 2004삼성하우젠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210분(1차전 90분, 2차전 연장전 포함 120분)을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로 '왕중왕'을 가렸다.

수원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는 포항의 5번째 키커 김병지를 남겨놓고 4대3으로 수원이 앞서 있었다.

'골넣는 골키퍼'로 명성을 날린 김병지가 골을 성공시키면 6번째 키커가 나서야 할 상황에서 김병지가 찬 볼이 가운데로 쏠리면서 상대 이운재 골키퍼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얄궂게 승부는 끝났고 포항 선수들은 실축한 김병지를 위로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앞서 김병지는 팀의 3번째 키커 이민성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2대3으로 뒤진 상황에서 수원의 4번째 키커 김진우의 슛을 막아내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마지막 실축으로 빛이 바랬다.

반면 2002한일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선방으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이운재는 이번 챔프언전 내내 비교가 됐던 김병지와의 맞대결에서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 최후의 승자가 됐다.

수원은 이로써 99년 K리그 제패 이후 5년 만에 다시 정상에 복귀했고 98, 99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올 시즌 10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차범근 감독은 컴백 첫해에 지도자로서 국내 리그에서 처음 우승컵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92년 우승 이후 12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한 포항은 전·후반 1차례씩 골대를 맞춘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도 이민성의 킥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지독한 '골대의 불운'에 땅을 쳐야 했다.

이날 양팀은 빅 매치의 부담 때문인 듯 수비벽을 두텁게 쌓았고 양쪽 공격진은 탐색전 속에 제대로 공세를 펴지 못했다.

수원이 전반 18분 마르셀의 땅볼 슛으로 포문을 열었으나 결정적인 찬스는 포항이 먼저 잡았다.

포항은 전반 28분 문전 혼전 중 튀어나온 볼을 이민성이 오른발 인스텝으로 강하게 때렸으나 볼은 오른쪽 골대를 강하게 때린 뒤 골라인을 벗어났다.

포항은 후반 24분에도 코난이 수비수들을 제치고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며 왼발 슛을 날렸으나 이번에는 왼쪽 골대를 맞고 반대쪽으로 흘렀다.

양팀은 연장에서도 포항 김기동의 캐넌슛과 수원 마르셀의 땅볼 슛, 김대의의 감각적인 논스톱 터닝슛으로 마지막 한방을 노렸으나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사진: 수원 삼성 선수들이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K리그 2004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승리,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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