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폭행 조사 물의' 再發 방지 장치를

성폭행 피해 여성을 죄인 다루듯 하는 경찰의 수사 관행에 드디어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성부는 집단 성폭생 사건을 맡은 울산남부서의 수사 자세에 대해 국민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13일 진상조사반을 파견, 피해자 가족을 만나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법무부와 경찰청에 대책마련을 요청했다. 나아가 "필요하다면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도 수사관 등의 인권유린 사례에 관해 직권조사를 시작했다.

그간의 숱한 성폭행 사건에 경찰은 피해 여성의 아픔을 달래주고 공정한 수사를 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되레 피해자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는 수사방식이 비일비재였다. 이번 피해 여학생들도 "너희들이 밀양 물 다 흐려놓았다"는 폭언을 들었다고 했다. '너희가 꼬리를 쳤기 때문'이라는 적반하장식 언사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 아닌가. 지난 4월 경찰청이 전국 일선 경찰서에 보낸 '성폭력 사건 조사 지침'도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성폭력 사건 세계 1, 2위를 다툴 만큼(?) 성범죄가 범람하는 사회가 되어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사에 의하면 2002년 성폭력 피해상담 건수는 2천961건. 통상 신고 건수가 10%도 채 안 되는 현실에 비춰볼 때 그 실상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안된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정부 당국이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나선 것은 잘 한 일이다.

이번 성폭행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동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경찰에게도 피해자의 인권을 배려하는, 따뜻한 가슴이 있는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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