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선 여권 인사들 "갑갑한 세월 풀릴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4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직위에 지방 출신, 여성, 이공계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이 소외되지 않고 자리 잡아야 사회 전체의 다양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언급해 '지방 출신'에 해당하는 대구·경북 인사들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해찬(李海瓚) 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균형인사 실천 보고회'에서 "균형인사는 전통적으로 억강부약(抑强扶弱: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의 의미도 있지만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개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정부 각 부처의 균형인사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란 풀이다.

그러나 정찬용(鄭燦龍) 청와대 인사수석, 김우식(金雨植) 청와대 비서실장이 잇따라 인사 및 개각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 개각 임박설이 나도는 가운데 노 대통령의 언급이 나와 '지방'의 기대가 한껏 부풀고 있다.

4·15 총선이 끝난 지 꼬박 8개월이지만 대구·경북지역 여권 인사들은 대부분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던 윤덕홍(尹德弘) 전 교육부총리가 정신문화원장에 임명되고, 경북 영주에서 낙선한 이영탁(李永鐸) 전 국무조정실장이 통합거래소(한국증권선물거래소) 초대 이사장이 되는 영광을 안은 것이 전부다.

대구·경북지역의 최대 관심은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李康哲) 전 국민참여본부장의 행보다. 이씨는 그간 온갖 하마평에 올랐으나 여전히 칩거 중이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던 대구·경북지역 인사들은 "여권 좌장격인 이씨가 자리매김한 뒤라야 다른 사람들도 갈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씨만 바라보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씨는 고비 때마다 일부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는 소문이다.

열린우리당 박찬석(朴贊石) 의원은 "나 혼자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라면서 "이강철 특보가 이번만은 정부의 주요 보직을 반드시 맡아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기홍(權奇洪) 전 노동장관과 추병직(秋秉直) 전 건교차관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낙선 후 대학으로 복귀한 권 전 장관은 장관 재직시 노사문제 등 현안을 무리 없이 푸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아 재기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건교부통인 추 전 차관도 '재목'으로 꼽히고 있다. 원만한 성격으로 여야 없이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다 건교부와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두루 능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곤욕을 치렀으나 최근 1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아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외 이재용(李在庸) 전 남구청장, 김태일(金台鎰) 영남대교수, 박기환(朴基煥) 전 청와대비서관 등 총선 올인 전략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진로도 관심의 대상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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