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발에 깨진 문화재 학문으로 보수해야"

개원 10주년 영남문화재연구원 이백규 원장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앞으로 정형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

16일로 개원 10주년을 맞은 영남문화재연구원 이백규(58·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원장은 감회가 남다르다.

영남매장문화재연구원으로 출발했던 영남문화재연구원은 당시 전국 최초의 문화재발굴 전문기관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아왔고, 지난 10년간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문화재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개발만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문화재발굴 전문기관 25개에다 종사자가 500명으로 늘었어요. 향후 5년 내에 필요인력이 1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발굴건수도 1994년 100여 건이던 것이 올해는 1천여 건에 달하는 등 문화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

하지만, 이 원장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작업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은커녕 국가 소유의 유물 6만여 점을 연구원 수장고에 보관하면서 보존·처리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의 수장고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성장은 말할 것도 없고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의 용역비가 공사 인부들의 임금보다 적을 때가 많아 많은 연구원들이 생활고에 시달립니다.

경제적인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은 '개발에 딴죽을 건다', '지나치게 영리에 몰두한다'는 오해의 말을 들을 때입니다.

그럴 때면 연구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죠."

16일 '문화재연구원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이란 주제로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여는 이 원장은 앞으로 영남문화재연구원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먼저 10년 역사에 걸맞은 학문적 수준과 열정, 윤리의식을 갖추는 것을 가장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지금의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져 향후 5년 내에 1천 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한 만큼 질높은 인력 양성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자구 노력과 더불어 정부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또 기존 발굴업무를 담당해 온 대학박물관과 문화재연구원의 적절한 조사연구 역할분담이 필요하죠. 서로 협력과 건전한 비판 기능을 갖출 때 앞으로 문화재 발굴분야가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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