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모가 가파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가공무원 숫자만 하더라도 무려 2만7천여 명이 늘어났다.
최근 4년간 국가공무원 증원 추이를 보면 '이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2001년에 총 증원 규모는 2천313명이었지만, 2002년에는 1만4천370명, 2003년에는 1만7천75명, 그리고 2004년 10월까지만 1만237명이 늘어났다
외환위기가 발생하였을 때를 기억해 보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으로 한국 사회는 큰 홍역을 경험했다.
사람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지불한 갈등과 분쟁에도 불구하고 1998년에 6천451명, 99년에 7천938명, 그리고 2000년에 1천873명을 줄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세가 꺾일 전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하는 정부'를 내세운 이번 정부에서 치밀한 계획없이 기존 예산을 전용하거나 예비비를 사용하는 형식으로 '수시직제'를 통해 공무원을 채용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올 한해 동안 늘어난 공무원 수 1만237명 가운데 수시직제에 따라 늘어난 공무원의 총 수는 4천31명으로 전체 증가분의 39.4%를 차지한다.
반면에 2001년과 2002년만 해도 수시직제에 의한 증원비율은 각각 2.1%와 8.4%에 불과했다.
필자가 이 같은 문제를 거론하는 데는 한국 사회의 어느 곳에서도 거대정부를 향한 움직임에 대해서 제동을 거는 데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입법부가 그나마 제대로 활동을 하고 있다면 행정부의 성장을 견제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의 현주소는 행정부가 내세운 부분에 대해서 여권이 주도하여 거의 통과 의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거대정부로의 길을 막을 수 있는 길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외환위기가 발생하였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정부의 규모를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해야 할 필요는 단기적으로 국가 재정의 고정비 성격을 낮추자는 취지에서다.
게다가 정부의 규모가 비대해지게 되면 고금을 불문하고 뒤따르게 되는 비효율과 민간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정부 혁신 부서를 신설해서 '작은 정부'를 향한 노력을 하였던 기억을 해 보라. 그 동안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부는 급속히 빠른 속도로 비대해지고 있다.
한번 비대해진 정부의 규모를 줄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앞으론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울 것이다.
공무원 노조의 출범이 장기적으로 관철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면, 더더욱 공무원 숫자를 통제하고 줄여나가는 작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나랏돈은 공돈이다'라는 민간의 속설처럼 임자 없는 돈을 사용하기 위한 각 부처의 증원 레이스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면 누가 그들을 먹여 살리는가? 결국 누군가 세금이나 준조세를 더 부담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세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복지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미군 이동에 의한 국방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하는 정부를 위한 공무원 숫자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위원회에서 천거한 무슨무슨 운동에 종사하였던 사람들에게 포상하기 위해 예산은 늘어만 간다.
세금 증가는 민간의 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작은 정부를 구현하는 일이다.
그래서 민간의 창의와 활력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제 주체들이 중과세와 과도한 준조세 부담에 시달리는 경우는 결국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서 징벌적인 세금 항목들이 설치되고 일부 계층들에 대한 사적 재산권 침해가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너무 명확한데, 근래에 엉뚱한 길로 가는 점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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