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산업자원부장관 초청 대구섬유업계 간담회장.
이희범 장관과 조해녕 대구시장 등의 인사말이 끝난 뒤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려는 순간, 사회자가 갑자기 기자들의 퇴장을 요청했다. 기자들과 회의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주최 측은 기자단 퇴장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의 내용에 들어있는 원사가격 문제가 보도되면 외국인 주주가 많은 유화업계가 곤란을 겪을 수 있고, 국제가격보다 싼 원사공급은 반덤핑제소 등 국제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기자들은 "섬유업계가 밀실에서 산자부와 해결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1시간이 지난 후 간담회장은 개방됐고 시 경제국장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것으로 '수습'됐다.
이날 간담회처럼 올 한 해 대구경북 섬유업계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섬유업계의 대응은 합리적인 측면과 거리가 멀었다. 자구노력보다는 궐기대회라는 카드를 들고 산자부와 대구시에 압박을 가해 원사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에다가 이날 간담회에 '빗장'을 걸어두는 등 이해 못할 행동이 이어졌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종업원도 아닌 사장들이 나서 데모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꼴"이라고 '궐기대회' 계획을 스스로 평가절하했다.
내년이면 섬유쿼터제도 폐지된다. 더 큰 고통이 대구경북 섬유업계에 찾아올지 모른다. 간담회에서 스스로 '예견된 위기'였다고 인정했다면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산은 빌려줄 수 있다. 하지만, 비를 피할 집을 만드는 것은 대구'경북 섬유인들의 몫이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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