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새해에는

필자가 베이징 체류 때 자주 찾던 곳은 티엔안먼 광장, 류리창, 그리고 왕푸칭 거리였다.

티엔안먼 광장은 중국의 사회주의 정신과 자본주의적인 생활이 함께하는, 중국인들의 두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류리창은 중국인의 전통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민속박물관 같은 거리다.

왕푸칭은 현재 중국의 문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한국의 명동이다

그 가운데 발길이 가장 자주 닿은 곳은 왕푸칭 서점이다.

대구 유명 백화점 크기만 한 5층 빌딩 전체가 서점이다.

실내 난방이 잘 된 탓도 있지만 책장 사이 통로에 진을 치고 진지하게 책 읽는 젊은이들 열기는 겨울에도 뜨겁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매장은 크기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지 않은 서구 번역물도 많았다.

놀란 것은 서점의 풍경이 아니라 각 지방에서 출판된 다양한 책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는, 지방과 중앙을 구별하지 않는 대륙적인 풍경이었다.

우리나라 문화는 서울에 집중되어 지방 출판물은 맥을 못 춘다.

아무리 참신한 책이라 하더라도 지방 출판물은 서울의 대형서점에서 외면당한다.

이 때문에 우수한 지방출판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독자가 공유할 수 없게 된다.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애컬로프 교수는 이런 현상을 중고자동차 시장을 들어 '비대칭 정보시장'이라고 재미있게 설명한 바 있다.

중고차를 파는 쪽은 차의 결함을 자세히 알고 있지만 구입하는 사람은 그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함이 많은 중고차를 구매하여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중고차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나쁜 차가 많다는 것을 전제로 흥정하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은 정당한 가격이 형성되지 못한다.

그래서 괜찮은 중고차 소유자는 아예 중고차 시장을 외면하고 다른 통로를 찾아 판매한다.

지방의 우수한 시인들이 서울에서 시집을 출판하려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한 해를 보내며, 새해에는 지역 출판물 시장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지역 출판물의 정당한 평가에 의하여 그 일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출판사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서로 연합해 인터넷으로 그 정보를 다양하게 전달하거나, 한 해의 지역 우수 도서를 선발하여 시상하는 것도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방치된 정보 불균형이 지역 문화시장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조두섭 시인·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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