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변신은 죄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남자의 변신은 죄가 될까.
지루한 슈트, 뻣뻣한 넥타이 그리고 틀에 박힌 듯한 무채색 구두만이 남성 패션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한물 간 사고방식. 끝없는 변신을 시도하는 여성에 버금가는 요즘 남성의 변신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남자가 어떻게…' 라는 관념을 뛰어 넘어 '남자도 이렇게…' 라는 과감함을 숨김없이 표출하고 있다.
최근 남성 패션의 선두 지역인 밀라노, 파리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기존 여성 브랜드들이 남성 패션에 관심을 기울여 패션을 비롯한 액세서리, 심지어는 남성용 메이크업 등 '남자 치장'의 본격적인 상업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듯하다. '배 나온 남자'의 상징이라고 칭하여 왔던 멋 없는 멜빵. 폼 나고 날씬한 남자가 진주로 엮은 끈의 섬세한 큐빅 장식의 버클로 처리된 멜빵을 맨다면 어떻게 분위기가 달라질까. '남자가 웬 진주'라고 무심결에 내뱉을지 몰라도 80년 전통의 샤넬(CHANEL)은 지난 시즌부터 의상을 비롯한 액세서리 등에 파스텔색을 포함한 다색적 트위드, 진주 액세서리, 트레이드 마크인 샤넬 로고 등을 주로 사용해 기존 '샤넬 여성'에 어울릴 만한 남성복을 새롭게 제시했다.
특이한 커팅과 아방가르드 패턴으로 이름난 영국 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는 남성용 치마를, 색깔 있는 남성을 주제로 치마, 배꼽티 등 남성복의 과감한 시도로 매 시즌 큰 환호를 받고 있는 프랑스 디자이너 쟝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는 최근 'Le Beau Male par Jean Paul Galutier' 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파운데이션을 비롯한 아이 펜슬, 립스틱 등 남성용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성 연애자의 소유물로만 알려져 왔던 남성용 진주 액세서리, 화장품 등은 1970∼8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디스코 룩'이 요 근래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동반해 왔다고 볼 수 있다. 1970∼80년대 남성 패션의 아이콘이라 칭하였던 데이빗 보이(David Bowie), 보이 죠지(Boy George),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등 남자 팝 스타들의 과감하고도 화려한 패션, 어떻게 보면 여자와도 별로 구분이 안될 정도의 진한 메이크업 등은 유럽 남성 패션, 특히 패션에 종사하는 많은 젊은 남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여러 패션 잡지나 미디어에 흔하지 않게 소개되고 있는 추세이다. '아레나(Arena)', '업스트리트(Upstreet)', '누메로 맨(Numero MAN), '브이 맨(V MAN)' 등 유럽, 뉴욕 등지에 주재한 남성 패션을 선도하는 여러 스타일 매거진에서는 최근 이러한 남성의 기막힌 변신을 소개하고 있다.
유럽 남성복 패션에 있어서 차츰 이러한 변화를 가져다 주는 동기는 무엇일까라는 물음표를 던져 본다. 여자들이 매일 아침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화장하는 것이 부러운 것일까. 매일 아침 번쩍번쩍한 액세서리에 티 하나 없는 매끈한 얼굴, 마스카라로 정성스레 다듬어진 속눈썹으로 출근하는 남편 또는 애인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정미화(패션 저널리스트'콜렉지오니 스포츠 엔 스트리트) mihwachoung@yahoo.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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