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결혼하고 싶지 않다'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재미있는 유형의 사람들도 많아진다. 비슷한 사고와 생활방식의 이른바 '~족(族)'이다. 지난 1990년대 초, 부모덕에 호의호식하는 오렌지족이 '~족'의 계보에 맨먼저 등장한 이후 물질적 부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함께 누리는 보보스족, 성인이 되고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 고양이 마니아이자 취향과 습성이 고양이를 닮은 캣족, 주체성 없이 로봇처럼 움직이는 좀비족, 돈이 떨어질 때만 아르바이트하는 프리터족, 아이없이 부부중심으로 사는 딩크족'''.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각종 '~족'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강력한(?) 그룹은 아마도 솔로(solo)족이 아닐까. 독신자들이 급증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사회 계층이 바로 솔로족이다. 서구에서야 보편화되었지만 전통적 결혼관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은 관심과 걱정의 대상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 미혼여성 10명 중 3명 꼴로 결혼하지 않으며, 미혼남성 절반 가량은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8일 펴낸 자료에 따르면 미혼여성들의 26.2%가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 결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24.4%가 '결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을 꼽았고 그 뒤에 '경제적 기반부족(20.1%)', '상대방에게 구속되기 싫어서(9.8%)' 등이 이어졌다.

○...미혼남성은 결혼 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 35.7%가 '경제 기반 부족'을, 그 다음으로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21.4%)',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14.8%)', '상대방에 구속되기 싫어서(6.5%)' 등을 꼽았다. 또한 45.5%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답했다. 요컨대 여성들은 '일을 통한 성취욕'을 중시하는 반면, 남성들은 가장으로서의 경제적 책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말해준다.

○...결혼은 인간에게 영원한 숙제다. 키에르케고르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했고, 쇼펜하우워는 "결혼은 무덤"이라고 했다. 반면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가족이 없다면 우리는 뿔뿔이 흩어진 채 아픈 영혼이 쉴 시간도, 장소도,역사도 없이 떠도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우리 사회의 결혼관'자녀관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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