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돌아 본 2004년 대구 사건·사고

올 한해 대구에서도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자성과 비탄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실제로 그 근원이 제거된 것은 거의 없다. 사건·사고를 통해 한 해를 되돌아봤다.

△네살배기 아사(?)=12월 18일 동구 불로동 김모(38)씨 집 안방 장롱에서 네살배기 아들 태식 군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던져줬다. 몸무게가 불과 5kg으로 또래 정상아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심각한 영양실조로 추정된다는 게 부검의의 소견이었다. 이 사건으로 행정기관 및 사회복지 현실에 대한 비난과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정부가 대책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태식 군이 선천성 희귀난치병을 앓았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다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근육조직을 채취, 경북대 법의학팀에 진단을 의뢰했고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막내딸에 대해 정밀검진을 하기로 했다.

△쓰레기 수거 중단=대구시의 방천리 위생매립장 확장 추진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서재주민들이 매립장 진입도로를 점거하면서 쓰레기 수거가 중단됐다. 점거농성이 11월초까지 8일째 계속되면서 도심 곳곳은 방치된 쓰레기로 넘쳐났다.

결국 공권력이 투입되고 대구시와 서재주민들 간에 7개 항을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 37명이 사법처리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합의사항 미이행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아직도 항의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등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및 규격봉투 사용 등 시민 쓰레기 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모자 방화범=11월 8일 20여 차례에 걸쳐 연쇄방화를 저지르고 검문하던 경찰까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희대의 '모자(母子)방화범'이 붙잡혔다.

김모(68·여)씨와 아들 박모(24)씨는 60~80대 노인들이 사는 단독주택만 노려 금품을 털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불까지 냈다.

경찰은 지난 7월 첫 방화가 발생한 이후 수사본부를 차리고 공개수사를 했으나 범인을 잡고도 '경찰관 순직'이라는 결과 앞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순직한 남부경찰서 김모(36) 경사의 영결식에서 유족과 동료 경찰들은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방화로 집을 잃은 일부 피해자들은 집 수리비조차 없어 월세방에서, 친척집에서 막막한 겨울을 나고 있다.

△요구르트 독극물 사건=도심 공원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죄가 잇따라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9월 19일 달성공원에서 전모(63)씨가 벤치에 놓여 있던 요구르트를 마신 뒤 구토증세를 보이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요구르트에서 원예용 살충제인 '메소밀'이 검출됐으며, 두류공원에서도 같은 음료를 마신 3명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등 8차례에 걸쳐 14명이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으나 구체적인 단서를 잡지 못해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경찰은 주요 제보자에 대해 신고보상금을 최고 2천만 원까지 지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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