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출신 조세진씨
영주시 휴천 2동에서 '영동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김정흠(41)·조세진(30·필리핀 출신)씨 부부.
국제결혼 부부와 2세 문제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만큼 이를 잘 극복,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부부는 종교나 결혼 알선업체를 통해 국제결혼하는 대다수 부부와는 달리 사랑으로 인연을 맺었다.
사진만 보거나 초스피드로 결혼을 하지 않았다.
부부는 1994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나 4년의 연애기간을 거쳐 98년 마닐라에서 결혼을 했다.
결혼 그 해 마닐라에서 큰 아들(8)을 낳았고, 2001년 초 필리핀 생활을 끝내고 고향 영주에 정착했다.
부부의 한국 생활 적응은 철저했다.
김씨는 정착 8개월 전에 미리 부인과 당시 두 돌된 큰 아들을 영주로 보냈다
우리 말과 문화 적응을 위해. "말을 배울 시기에 제대로 된 한국말을 배워야 평생 후회하지 않거든요. 아내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농촌에 시집 와 우리말을 배울 기회조차 없는 요즘의 외국인 아내들과 하루 종일 그런 엄마와 보내야 하는 2세들과는 달랐다.
부부는 자녀 교육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조세진씨의 원래 이름은 조세핀 라그만. 몇 년 전 한국 국적 취득 때 아예 한국 이름으로 바꿨다.
"두 아들이 커가면서 엄마 이름이 이상하다고 여기면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크겠어요. 저 역시 100% 한국 엄마가 되고 싶었거든요."
부부는 "요즘의 국제결혼은 외국에서 사람을 사 오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사랑으로 백년을 가약하고, 농촌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한다면 당당한 한국인으로 다시 설 수 있다"고 했다.
◇ 커리어우먼 로엔나 씨
한국 농촌에 시집 온 동남아 여성 중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사회에 우뚝 선 여성도 분명 있다
문경시 동로면에 사는 로엔나(36)씨는 주민등록증을 가진 당당한 '한국인'이다.
또 평범한 시골 아낙네가 아니라 이웃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리어우먼'이다.
로엔나씨는 몸이 열 개라 해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직업만 5개다.
주말과 공휴일은 대부분 문경새재에서 보낸다.
경북도 명예 관광 통역 안내원이기 때문. 평일에는 선생님으로, 학원강사로 변신한다.
마을 인근의 동로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끝나기가 무섭게 자동차로 40분 거리인 문경시내의 영어회화학원으로 달려간다.
로엔나씨는 최근 자신의 직업란에 학습지 방문 교사, 영어 과외교사를 추가했다.
로엔나씨를 아는 사람들도 많아져 요즘은 '문경댁'으로 통한다.
얼마 전에는 기동성을 발휘하기 위해 자가용도 새로 장만했다.
필리핀이 고향인 로엔나씨는 지난 1999년 한국에 먼저 시집 온 동생(강원도 거주)의 소개로 남편과 결혼했다.
로엔나씨는 필리핀에선 엘리트였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마쳤다
"한국에서의 맹활약에 필리핀에서의 커리어가 밑바탕이 된 셈이죠."
한국 농촌 생활 7년차에 접어든 로엔나씨는 1남 2녀를 두고 있다.
"한국 땅에 온 그 순간부터 힘들었고, 외로웠어요. 하지만 마음을 열고 이웃에 다가가고, 한국의 농촌사회에 부딪혀 보니 길은 열리더군요. 한국 사람으로 당당히 살아갈 겁니다.
"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기자
사진: 1. 김정흠·조세진씨 부부와 두 아들이 모처럼 떳방앗간에 모여 가족애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2. 당당한 한국사람, 성공한 커리어우먼 로엔나씨가 최근 장만한 자가용에 앉아 기뻐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