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라 종 주조기술 신비 벗겼다

국립중앙과학관(관장 이헌규)은 24일 우리 고유의 청동종 밀랍 주조기술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국보급 과학문화재인 통일신라시대 선림원종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선림원종은 강원도 명주의 선림원 사지에서 1948년 출토된 뒤 월정사로 옮겨 보존돼 왔으나 6·25 전쟁 때 불타 파손된 높이 122cm, 무게 1t의 청동(靑銅) 종이다.

과학관은 복원된 선림원종의 소리를 서울대 이장무 교수팀이 음향측정한 결과 타종 직후 약 0.75초부터 기본 진동수의 음파가 '맥놀이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맥놀이 현상은 두개 이상의 음파가 하나로 합쳐졌다 흩어졌다 하는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연구결과는 그간 학계의 과제였던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주물과 복원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성덕대왕신종 주조에 사용된 우리 고유의 청동종 밀랍 주조기술은 그동안 학계에서 학설로만 주장돼오던 주조방법이다.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과 주종장인 원광식(중요무형문화재 112호)씨는 거푸집 및 밀랍과 경주 부근 감포에서 구한 천연재료 이암(泥岩)을 사용, 아름다운 문양과 소리를 가진 선림원종을 복원했다.

연구진은 복원과정에서 당시 장인들이 고른 합금을 만들어 내는 비법과 마지막까지 공기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법 및 흙을 볶아 거푸집을 만들고 기름·밀랍·송진 등 천연소재의 속성과 특성을 잘 이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도가니 속의 열을 고르게 유지하고 불순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숯가루나 새끼줄을 사용하는 슬기와 독특한 종 울음잡기 기법도 확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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