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와는 거의 두 달 만에 만났다.
택시운전을 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무척이나 힘겹다고 했다.
"이놈의 담배라도 피우지 않으면 미칠 것 같고, 값은 오르고. 지네들이 언제부터 국민의 건강을 염려했다고…."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는 소주 두 잔을 연거푸 마셔대던 친구는 큰아들과 다툰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른 아버지들은 유학도 보내주고, 아파트도 사 준다는데, 우리 형제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냐고 대들잖아, 글쎄…." 이전 같았으면 눈시울을 적셨을텐데, 오늘은 체념이라도 한 듯 웃고만 있었다.
"장가나 가라고 그래, 그리고 너는 평생 아버지는 되지 말라고 고함이라도 치지 그랬나, 이 사람아." 그 소리가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억지로 참으면서 친구를 잠시 바라보았다.
세월의 무게만큼 깊이 새겨진 주름살이며, 듬성듬성 빠져버린 머리칼을 서로 마주보고 있는 우리의 가슴을 씻어 주려는 듯 창밖에는 제법 세차게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순간 요사이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기러기 아빠'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로지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멀리 유학 보내고 그 경비를 마련하느라고 혼자 남아 외로이 사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어떤 설명을 덧붙인다 해도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집'은 있으나 '가족'이 없는 '빈 둥지 증후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착잡하기만 하다.
'사오정'에 짓눌리고 '오륙도'에 밀려나는가 하면 언제부터인가 거리의 노숙자로 전락해 버린 고개 숙인 오늘의 아버지들. 그들은 '아버지'라는 무거운 이름표를 달고 한 때 즐겨 부르던 애창곡 가사처럼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라고 소리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렇다.
더러는 우리가 무심했음을 뉘우치며 오늘 하루 만이라도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께 가족의 이름으로 '파이팅, 아버지'를 외쳐드리면 어떨까?
학산종합사회복지관장 백남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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