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파란 마음 하얀 마음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빛으로 파랗게 파랗게..." 우리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어효선 작사'한용희 작곡)이 오는 4월 개학하는 일본 소학교 교과서에 실린다. 일본의 도쿄서적이 올해 처음 발간한 '새로운 음악' 6학년 음악교과서에 '아오이 고코로 시로이 고코로(靑い心 白い心: 파란 마음 하얀 마음)'라는 제목으로 수록된다.

◇ 지금까지 '아리랑','고향의 봄','반달' 등 한국 민요와 동요가 일본 소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린 적은 있지만 모두 '참고곡(선택곡)'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교사가 반드시 가르쳐야 할 '중심교재곡(필수곡)'이다. 일본 음악교과서에 우리 동요가 필수곡으로 채택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일본어 번역 가사와 함께 한글 발음도 병기됐다. 이 교과서를 채택한 1천200개 소학교의 어린이들이 입술을 쫑긋거리며 한국 동요를 부를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번진다.

◇ 우리 동요 가운데는 가사와 선율이 너무나 예쁘고 정겨운 곡들이 많다. 꽃,나무,하늘,별,종이배,바둑이,동무'''. 단순하고도 고운 멜로디는 숲의 샘물처럼 마음에 스며든다. 일제치하, 가난 등 암울했던 시대 상황 때문에 슬픔이 묻어나는 곡들도 있지만 대개는 밝고 맑은 동심을 담았다.

◇ '파란 마음''''의 작곡자 한용희씨(74'한국동요음악연구회 회장)가 지난 1월 말 출판사인 도쿄서적 본사를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로비에 나와 이 노래를 합창해 감격했다고 한다. 한국동요를 부르는 일본 어린이들이 자꾸만 많아져 어린이 한류(韓流)가 됐으면 싶은 바람도 생긴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은연중 바다 건너 한국이란 나라를 떠올리게 되고, 푸른 숲과 흰 눈의 나라, 친근한 이웃나라로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 다만, 시마네현이 소위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16일 강행할 것이 확실시되고, 역사교과서 왜곡이 어느 해보다 심해진 것이 일본의 오모테(表:겉)와 우라(裏:속) 두 얼굴을 보게 하는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동심의 세계엔 국경이 없는 법. 터무니 없는 야욕을 키우는 일본의 어른들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이 노래처럼 맑고 고운 심성을 키우기를 바랄 뿐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