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년간 왕성한 활동 '블랙신드롬'

"10년 전에도 공연장을 찾아왔었다는 아주머니 팬들을 만나면 뿌듯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요."

'블랙신드롬'은 한국 하드록의 역사다.

1988년 1집을 발표하며 하드록의 불모지에 뿌리를 내린 '블랙신드롬'은 지금까지 17년간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한국 메탈의 마지막 1세대다.

그동안 시나위, 백두산, 부활 등 수많은 그룹들이 해체되고 사라지는 가운데에서도 정규앨범 10장을 비롯해 라이브·스페셜 앨범 등 30여 장의 앨범에 목소리를 담으며 명맥을 이어왔다.

'블랙신드롬'은 김재만(42·기타)과 박영철(40·보컬), 최영길(36·베이스), 2002년 영입된 일본인 드러머 히데키 모리우치(42)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원년멤버는 지난 2000년 팀을 잠시 떠났다가 재합류한 박영철과 계속 밴드를 지켜 오고 있는 김재만 정도지만 '단순하면서도 힘차고 밀도 높은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의 성격은 일관되게 지켜왔다.

최근 17년 만에 첫번째 베스트 앨범 '아이 원트 더 베스트(I Want The Best)'를 낸 '블랙신드롬'의 상징 김재만은 "친구들에게서 '아직도 음악하고 있냐'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음악을 먼저 생각했던 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베스트 앨범은 '블랙신드롬'의 역사를 담고 있다.

10장의 정규 앨범 수록곡 가운데 팬들의 호응이 좋았던 곡들과 초기 LP로 발매돼 희귀한 음원 3곡 등 12곡을 전부 재해석·재녹음해 시간 순으로 수록했다.

일본 하드록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야마모토 교지가 참여한 점도 특징. 오는 6월에는 일본에서도 출시할 계획이다.

'블랙신드롬'은 1990년 최초의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1996년 6집 '짜라투스트라'를 영국과 프랑스에서 발표하며 유럽에 진출하는 등 다양한 기록도 갖고 있다.

10년 전부터 일본의 음악 전문지 등에 꾸준히 소개돼왔고 일본 밴드들과 교류도 활발하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적인 밴드 '앤썸', '라우드니스' 등과 함께 도쿄를 비롯한 일본 5개 도시 투어를 하기도 했다.

김재만은 "일본에서는 저희 노래가 핸드폰 벨소리로 다운로드될 정도"라고 말했다.

'블랙신드롬'은 자신들의 음악이 '윤도현밴드'나 '자우림'처럼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록음악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국가의 과학기술이 기초 과학의 바탕 위에 응용 과학이 발전하듯 록, 재즈, 블루스 등 여러 정통 장르들이 깊이 뿌리를 내려야 대중음악이 줄기를 뻗을 수 있다"고 지론을 편다.

'블랙신드롬'은 오는 4월 9일 서울 홍대 앞 클럽 '롤링홀'에서 한일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일본의 록밴드들과 함께 'Friendship Live Vol1'을 열 계획이다.

이번 합동 공연에는 한국의 블랙신드롬과 블랙홀, 오딘, 일본의 아웃레이지(OUTRAGE)와 아크스톰 등 5팀이 참가하며 부산과 대구 등에서도 순회 공연을 열 계획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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