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지난밤 꿈속에서 물방울 속으로

들어갔다.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그 조그맣게 둥글어진

빈곳에서 눈을 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아침이 오고

풋풋하게 뛰어내리는 햇살들.

다시 눈을 들면 여기는 여전히

먼지바람 흩날리는 세상. 바삐 돌아가는

사람들과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

수레의 헛바퀴 돌아가는 소리. 그 속으로

자꾸만 빨리어 들어가다 보면

저 망망한 허공의 점 하나.

이태수 '허공의 점 하나' 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베란다 가로로 된 알미늄 난간대에 빗방울이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떨어질 듯이 아래에 맺혀있는 물방울들이 내게는 참 위태롭게도 보였다.

현대에 사는 이들에게 꿈의 공간이란 어쩜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영롱해서 나는 가까이 가 만지고 싶었다.

들어가 안주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공간! 하지만 흐린 날 오후 내내 물방울들은 떨어지지 않고 매달린 채, 제 표면장력으로 가장 안전하게 중심을 잡으며 여위어 가고 있을 뿐. 그리고는 흔적이 없는 물방울의 세계. 이 시인은 줄기차게 '물 속의 푸른 방', 물방울의 세계에 들기를 꿈꾸는 시인이다.

부드럽고 둥근 세계, 인간이 가 닿기를 열망하는 이 절정의 세계를 향해 시인은 오늘도 수레의 헛바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고 있다.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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