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저기 푸른 하늘 안쪽 어딘가 많이 곪았

는지 흰 고름이 동그랗게 하늘 한구석에

몽우리가 진다 나무 위의 새 한 마리 집에

가지 못하고 밤새도록 부리로 콕 콕 쪼고

있다 밤새 쪼다가 미쳤는지 저기 푸른 하

늘 많이 곪은 안쪽으로 아예 들어간다

-'밤새 나뭇가지 끝에 앉았던 새 한 마리

새벽 하늘로 날아갔다' 오규원-

시보다 제목이 긴 시다.

긴 제목 속에 시인의 고뇌의 흔적이 있다.

많이 곪아있다.

역사와 시대와 환경에 의해 부여된 의미들로 때묻고 혼란해진 말과 함께 아픈 시인은, 이제 새로운 말하기인 치유의 방법으로 아예, 화농된 그 병의 깊은 속으로 들어가는, 들어가 관념이 없이 하나로 만나고 싶어한다.

거기에서 오규원이 말하는 '날이미지'시가 탄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한결 자유로워져서 새로 두 줄의, 본문인 시가 탄생한다.

이 시대의 아픈 소리 내는 시인은 보이지 않고, 그대로의 살아있는 사물의 모습만 명쾌하게 보인다.

그러다 보면 시인의 병도 낫고, 독자들의 정신건강에도 좋겠다.

박정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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