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한 국가를 둘러싼 전혀 다른 시위가 벌어진다. 3'1절에 나부끼는 대형 성조기와 수만명이 모인 반미 촛불집회. 한국 사회처럼 미국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을 동경하든, 싫어하든간에 미국이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려면 '반미'와 '친미'라는 극단의 프리즘을 걷어내고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에 플러리버스 우넘(E Pluribus Unum)'. 미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주화의 뒷면에는 '다수로 이루어진 하나(One out of Many)'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다. 다양한 뿌리를 가진 미국이 하나로 화합해 왔음을 뜻하는 이 문구는 미국 사회를 설명할 때 흔히 사용된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미국의 역사가 이처럼 단선적으로 발전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신생 국가 미국의 건국 초기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인종, 종교가 유입돼 공존하며 갈등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이 만들어 낸 안정된 법과 제도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다양한 내부 요소들의 충돌을 겪는 미국을 통합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는 '다양성'과 '통합성'이 미국사를 변화시켜온 두 개의 큰 축이라는 시각에서 미국사를 풀어놓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내용과 균형잡힌 서술태도.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부터 2001년 9'11 테러에 이르기까지 3권 34장에 걸쳐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대해 방대하고 치밀하게 그려낸다.
1권 '다양한 시작'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당시와 식민지 시기, 남북전쟁 직전까지를 다뤘다. 저자는 현재의 미국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초기 역사, 즉 식민지 시기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 다양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기본적인 성격이 만들어졌기 때문. 2권 '하나의 미국'은 남북전쟁에서 20세기 초반까지의 시기로 182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미국 사회의 개혁 움직임과 남북전쟁, 19세기 후반의 산업화를 거쳐 제국주의로 치닫는 과정을 담았다. 3권 '미국의 세기'는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초강대국으로 떠오르는 과정과 냉전체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최근까지를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과거를 논하며'라는 특별 지면을 통해 노예제도의 기원과 본질, 미국혁명, 남북전쟁의 원인, 프런티어와 서부, 이민, 대공황의 원인, 냉전, 베트남 전쟁 등 미국사의 쟁점 17가지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다양한 견해와 논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또 '세계 속의 미국'이란 별도 꼭지를 통해 미국의 초기 역사와 함께 산업 혁명, 노예제 폐지, 국가 통합, 제국주의 등 세계사적 맥락에서 미국사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지도와 그림, 사진 자료와 함께 시원한 편집도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모방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세계가 가장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나는 한국어판이 미국의 두 가지 면모, 즉 세계 전역에 걸쳐 공포와 반감을 자아내게끔 하는 측면 그리고 안정과 사회적 진보에 공헌하는 측면 그 모두를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사진: 미국의 별. 1790년대 프레더릭 켐멜마이어가 조지 워싱턴에게 존경을 표하며 그린 그림이다. 신생 공화국 미국을 도상학적으로 설명했다.
댓글 많은 뉴스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조희대 "사법개혁,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 공론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