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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기, 사진사 그 170년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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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시커 50 사진가 / 빌프리트 바츠 지음/해냄 펴냄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지 못한 시절 사진 찍기는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카메라를 갖고 있는 것이 부의 상징이 됐던 시절, 졸업식 등 기념일에는 어김없이 동네 사진관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카메라는 만인이 공유하는 제품이 됐다. 집집마다 한 대씩 가지고 있는 상황을 넘어 웬만한 사람이면 모두 카메라를 소유하는 시대가 됐다. 사진이 발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프랑스 역사화가 폴 들라로슈가 "오늘부터 회화는 죽었다"고 소리친 지 20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사진은 일상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포토 샵이 일반화되면서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실력이 전문가 뺨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카메라 폰과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에 기인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국제 정보통신기술전시회(CeBIT)에 세계 최초로 700만 화소 카메라 폰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카메라 폰이 가지고 있는 화질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까지 나와 사진 찍기 열풍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839년 최초로 공식적인 사진전시회가 열린 이후 160여 년 동안 역동적으로 변화해 온 사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됐다. '클라시커 50 시리즈'는 독일 게르슈텐베르크 출판사에서 간행하고 있는 '게르슈텐베르크 비주엘 시리즈 50 클라시커'를 근간으로 해냄출판이 '읽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이란 모토 아래 펴낸 교양 총서다. 문학, 음악, 미술, 역사, 종교, 인물 등 각 분야별로 꼭 알아야 할 빛나는 명작, 명인 50선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수록했다.

이 책에는 수공업에서 시작해 당당히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기까지 사진의 탄생부터 그 발전 과정을 함께한 사진가들의 업적 및 생애가 사진술의 발달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빛의 흔적을 포착하고 그것을 고정하는 수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던 사진 개척자들을 시작으로 현실을 고발하고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등 회화에서 분리, 예술의 영역에서 활동한 사진가들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200여 컷의 원판 사진이 사진관련 정보 및 사진가 평가와 함께 정리되어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초창기 사진은 수공업으로 간주되었다. 오늘날 대표적 사진가로 불리는 작가들조차 당시에는 스스로를 수공업자라고 생각했다. 초상화가의 구역에서 어슬렁거리며 초상사진에 주력했을 때 이야기다. 사진 역시 현실을 고정하기 위한 이상적인 수단으로만 간주되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고유한 사진 현실이 창조된 이래로 급속도로 예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19세기에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눈부신 햇빛에 15분 내지 20분 동안이나 은판을 노출시켜야 했다. 그러나 스냅사진이 발달하면서 노광시간은 점점 더 짧아졌고 지금은 사진의 매체적인 속성을 '순간'과 동일시하게 됐다.

아이러니한 점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동작사진, 예술사진, 기록사진, 상업사진 등이 모두 19세기에 처음 시작되었으며 20세기에는 좀더 다듬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최초의 실용적인 사진처리방식을 사용하여 상을 고정시키는데 성공, 사진 발명에 중대한 기여를 한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 종이사진의 창시자이며 촬영한 사진의 복제성을 발견, 오늘날 널리 쓰이는 네거티브'포지티브 창시자가 된 윌리엄 헨리 폭스 톨벗, 19세기 여행사진의 개척자 사무엘 본, 동화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로 19세기 최고의 어린이 사진작가로 간주되는 루이스 캐럴, 30년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풍속과 관례를 기록한 에드워드 커티스 등 사진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또 미국 사회르포의 창시자 제이콥 리스, 아동노동의 참상을 효과적으로 담아내 폐해를 없애는데 기여한 현대적인 사진보도의 창시자 루이스 하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회화로부터 사진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최초의 미국인 알프레드 스티클리츠, '시청 앞에서의 키스'로 파리를 낭만의 도시로 만든 로베르 두와노,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도구로 카메라를 사용했던 신디 셔먼, 성적 상상력을 과감한 신체 노출로 형상화한 노부요시 아라키 등 거장들의 예술세계도 접할 수 있다. 272쪽, 2만3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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