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느긋~하게

요즘 이런저런 모임에서 단골 화제는 단연 '건강'이다. 누구는 친구 따라 병원 간 김에 검진해 봤더니 암이라더라, 팔팔하던 누구가 쓰러졌다더라, 누구는 난데없이 수술했다더라…. 그래서 결론은 언제나 똑같다. "돈도 명예도 소용없어. 건강이 젤로 중요하다구."

그래서 건강하기 위해 열심들이다. 요가, 헬스, 골프, 등산'''. 부지런한 '뚜벅이'들은 매일같이 다리가 뻐근하도록 걷고 뛴다. 반신욕에, 찜질방에, 경락마사지도 받고, 신문의 건강코너를 스크랩하며, 좀 비싸도 항암 음식물, 유기농 식품들로 식단을 짠다. 참살이(well-being)가 일상의 주요 지침이 돼버렸다.

온갖 스트레스 극복 요령도 눈과 귀를 바쁘게 만든다. 들여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느긋하라'는 것. 100세 이상 노인들의 장수문제를 연구한 호주 플린더즈 대학의 차메인 파워 박사의 최근 논문도 걱정하지 않는 것을 비결로 꼽는다. 조사 대상 노인들 중엔 참전자, 대공황을 힘겹게 겪었던 사람, 자식이 죽은 사람들도 있지만 결코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통과 시련에도 매이지 않고 '슬슬 넘겨버리는' 삶의 태도가 장수자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쩌랴. 대개 사람들은 작은 문제에 발이 걸려버리는 것을. 별일 아닌 것이 사람 애간장을 태우고, 급증추세의 이혼문제도 사소한 일이 발단이 된 예가 많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의 저자이자 심리 치료사인 리처드 칼슨은 "사소한 일에 초연하라"고 조언한다. 알고 보면 모든 일은 사소하다는 것. 그 예방법도 일견 사소해 보인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진리를 받아들이세요. 심심해지도록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두세요.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해 보세요. 다른 사람의 순진한 면을 보세요…."

칼슨도 원래는 분초를 다투며 살았지만 결혼 직전에 죽어버린, 유능했던 한 친구의 허망한 삶을 보며 인생의 속도를 늦췄다고 한다. 밥도 제대로 뜸이 들어야 맛이 있듯 우리 인생도 때때로 뜸을 들여야 더 풍성해진다는 의미이겠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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