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최근 대구경북지역 6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 3년 전에 비해 지역 경제의 양극화 정도가 어떠한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심화했거나 비슷하다는 응답이 98%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2, 3년간은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서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6.0%에 불과했다.
양극화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역 경제 양극화의 원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역경제의 양극화 현상은 주로 중국의 부상, 기업·업종 간 대응능력 차이, 경제구조 취약성 때문이다.
먼저, 무역 자유화 확대로 특징지워지는 세계화,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존재가 지역 산업구조를 비교 우위 산업 위주로 재편하면서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2003년 지역 섬유산업의 대 중국 수출은 소폭 감소한 반면 철강은 3.8배, 전기·전자 6.6배, 기계 6.2배로 급증,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지역 섬유산업은 생산기반이 약화됐고 경쟁우위에 있는 전자·통신, 철강산업에는 기회로 작용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생겨나게 됐다.
기업, 업종 간 대응 능력의 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에서 제조업 평균이 2.64%인 반면 전자·장비는 5.49%나 됐다.
지역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 역시 2003년 전자영상업의 자본금 증가율은 20.4%, 부채비율은 78.3%였던 반면 섬유업은 각각 -21.2%, 269.4%로 큰 대조를 이뤘다.
지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도 양극화의 그늘을 짙게 만들었다.
대구의 섬유, 구미의 전자·통신, 포항의 철강 등 지역 주력산업 간의 낮은 산업연관관계와 주력 수출품인 전자·통신기기의 높은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전자·통신, 철강 등 업황이 좋은 산업은 또 기술과 자본 집약도가 높은 반면 고용유발효과가 낮아 소비 침체를 불렀다.
업종별로 10억 원당 고용유발계수는 섬유가 17.0명인데 비해 1차금속은 6.2명, 전기·전자는 8.1명에 그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산업은 중소기업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데다 후발 개발도상국과의 임금 격차 확대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주요 업종이 임가공, 하청방식 위주이어서 자체 성장여건이 취약하다.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투자를 보면 전국 평균이 3.54%인 반면 대구는 2.76%, 경북은 3.33%로 전국 평균보다 못하다.
대구와 경북지역간 양극화는 산업구조 차이와 함께 대구의 서비스업 비중이 65.4%로 경북의 33.1%에 비해 크게 높아 내수경기에 민감한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 경제 양극화의 악영향
지역 경제 양극화는 지역 경제의 변동성 확대, 경기회복 지연, 성장 잠재력 약화 등 악영향을 초래해 안정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출· 내수의 양극화를 살펴보면 수출 의존도가 높아져 지역 경제가 환율 등 대외여건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경북 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섬유, 건설 등의 부진은 지역 경제에 대해 지속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노동 집약도가 높은 경공업, 비IT산업, 서비스산업, 중소기업 등의 침체로 고용이 늘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소비의 위축으로 연결되고 있다.
비정규직 확대로 인한 고용 양극화도 저소득층의 소비 회복에 장애가 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지역 경제의 양극화는 물적·인적 자본 및 총요소생산성 등 공급기반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내수 부진은 내수 의존도가 높은 산업 및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인해 투자의욕을 저하시켜 물적 자본의 정체와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음식료품, 섬유 등 내수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지난해 설비투자실행 BSI가 84~100으로 기준치(100)에 전반적으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전자, 자동차 등 내수의존도가 낮은 업종의 설비투자실행 BSI는 90~115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지역 경제의 양극화는 섬유, 1차금속 등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전기·전자·화학 등은 상승세를 지속시키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지역 경제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과제
경제 양극화가 기업의 대응능력 차이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R&D 투자, 구조조정 등 기업의 자발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성숙기에 접어든 섬유 등 지역 전통산업의 경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용 절감, 고부가가치제품 개발 및 기획·생산체계 확보 등 경영 합리화를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산업간 연관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부품·소재 육성, 지역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신성장산업 육성, 전통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구조조정 지원, 중소기업 활성화,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등 효율적인 산업정책 지원도 중요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지역 기업들은 경제 양극화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92%가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을, 66%가 지역 특화산업 육성을 꼽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산업정책은 특정 업종과 업체에 대해 일률적인 지원을 하기보다 기업의 자발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금융 지원도 강화되어야 할 부분이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크거나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하고 금융기관의 신용조사 기능 강화를 통해 신용대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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