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예가 이성조씨 무료 붓글씨 강좌 마련

칩거 끝내고 세상밖으로

붓 한 자루 들고 세상을 관조한 지 50년. 팔공산 파계사 자락 자택에 은거하고 있는 원로 서예가 공산(空山) 이성조(李成祚·68)씨를 만났다.

그는 '외로우면 산도 운다'는 말로 그간의 심회를 대신했다.

18세 때 청남 오제봉 선생을 사사(師事), 서예의 외길만을 걸어온 공산은 1959년 제8회 국전 입선 후 수 차례 수상경력과 개인전, 초대전 등 그의 작품활동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99년엔 글자 수 7만 자, 길이 120m짜리 세계 최대 규모의 묘법연화경 168폭 병풍을 완성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예인이면서도 뭇 사람들과 교유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가 세상사와 인연을 끊고 칩거 한 지는 10여 년째. "몸과 마음이 편안하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그는 "서예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보겠다는 일념뿐"이라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그가 추구하고 있는 붓의 세계는 '암중취호(暗中醉毫·눈을 감은 채 무의식의 세계에서 붓과 자신이 하나 되는 것)'. 젊은 시절 성철스님을 따라 불가에 귀의한 인연을 가진 그는 사물을 정확하게 보려면 두 눈보다 한 눈으로, 한 눈보다는 눈을 감고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붓글씨의 경지도 마찬가지라는 것. 그는 '암중취호'의 경지 완성을 위해 5년째 270자 반야심경을 1천700여 점이나 사경(寫經)하며 정진하고 있다.

'자각(自覺)으로 타각(他覺)하고, 각만(覺滿)이면 명이불(名而佛) ; 스스로 깨우친 바를 남에게 일러줘 깨닫게 하고 깨우침이 충만하면 이를 일러 부처라.'

그는 서예인생 50년을 맞아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눠주고 가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붓글씨와 친숙할 수 있도록 제9기 붓글씨 무료강좌를 계획하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강좌 이름도 서예가 아닌 붓글씨 강좌로 붙였다.

강의 기간은 4월 8일~ 5월 17일까지 매주 화·금요일 오후 2~4시이며 장소는 대구시 동구 중대동 '공산예원'이다.

문의 053)983-1002, 053)257-4300.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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