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지마. 당신의 한 손과 내 한 손이면 정상이잖아, 힘내자 여보."
21세 때 뇌경색으로 지체장애 1급을 선고받은 이준복(45·대구시 북구 산격동)씨는 오른팔을 쓰지 못한다. 그는 부인 석영미(41)씨가 음료수 병을 따려하자 왼손을 내밀어 꼭 붙잡아 주었다. 부인도 이미 3세 때 뇌성마비를 앓아 뇌병변장애1급으로 오른쪽이 다 마비됐다. 부인은 남편의 도움을 받아 왼손으로 어렵게 병 뚜껑을 열고는 취재진에게 부끄럽다는 듯 내밀었다. 부부는 서로의 반쪽을 하나로 만들어 살았고, 잠시라도 떨어지면 '장애'가 되어버리는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다행히 남편의 신장에 꼭 맞는 뇌사자의 장기가 있어 며칠전 수술을 했습니다. 살릴 수 있다는데 염치며 형편이며 그런게 무슨 소용 있겠어요?"
7년 전쯤 한쪽 손으로 리어카를 끌며 화장지를 팔던 남편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아 곧 온 몸이 부었다. 이씨는 '만성신부전증'이었다. 합병증도 찾아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껏 일주일에 3차례씩 혈액투석을 하며 힘든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없는 살림에 병원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지요.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면 퇴원하고, 그러다가 또 입원하고. 갈수록 몸은 엉망이 됐고,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가족 볼 낯이 없어졌습니다." 석씨는 남편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남편의 왼발과 왼손을 연신 주물러댔다. 서로의 마비된 여기저기를 만지고 주무르는 게 이들 부부의 습관. 서로의 아픈 곳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싸울 일도 없다.
이씨는 26세 되던 해 절뚝거리며 찾아간 경남 창녕의 한 약초 비닐하우스에서 석씨를 만났다. 석씨는 장애인이었지만 늘 웃었고 밝았다. "어렵게 살았지만 행복했지요. 우리가 이 몸으로 돈 벌어서 뭣하겠습니까. 인근에 살고 있던 중증장애인들의 책 배달이나 편지 심부름하면서 마음은 부자로 살았지요."
"우리 아들 동하(20)한테 큰 죄를 지었어요. 없는 살림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에서 탈락될까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군에 보냈으니.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있다고 하니…."
자신이 장애인이라 아들은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 보냈다고 했다. 아들이 논산훈련소로 입대한 지 벌써 3주째. '군사우편'에는 '아버지, 어머니 정말 장애라는 단어에 굴하지 않고 저를 건강하게 자라게 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왜 남자는 단체생활을 해봐야 한다고 아버지께서 그러셨는지 이해가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요즘 이들 부부의 수입은 기초생활보장수급비로 정부로부터 60여만 원을 지원받는 것이 전부. 밀린 병원비와 수술비 500여만 원은 너무나 큰 짐이다. "오는 5월 13일이 아들의 훈련소 퇴소식입니다. 곧 하사관 교육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가 볼 수 있을지…."
이 부부는 취재진에게 아들에게 "늠름한 모습을 보러 가겠다"는 내용으로 답장을 대필해달라고 부탁했다. 석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의 편지를 읽어달라고 간호사에게 부탁한다. 안타깝게도 아직 글을 배우지 못했다.이웃사랑팀은 이 부부의 사연을 실은 신문기사와 부탁한 편지를 곧 아들에게 부칠 계획이다. 엄마, 아빠의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저희 '이웃사랑'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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