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내 어느 날 그대 향한 바람이고 싶어라

울 넘어 물 넘어

뫼라도 불어 넘어

그 가슴

들이받고는

뼈 부러질 그런 바람.

문무학 '바람'

초장은 평범한 진술이다.

그러나 중장에 와서 네 번이나 쓰인 '어'와 '울, 물, 불'과 같은 'ㄹ' 받침의 말이 곳곳에 놓여 서로 부딪치면서 묘한 탄력과 파장을 일으킨다.

'그대 향한 바람이고 싶은' 일념 때문에 울도 넘고 물도 넘으며, 뫼(산)라도 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사랑이 이루어져야 할 터인데, 역설적이게도 '그 가슴 들이받고는 뼈 부러질 그런 바람'이고자 간절히 소원한다.

서서히 붙은 탄력이 마무리 단계인 종장에 와서 뜻밖의 반전을 통해 작은 충격을 안겨준 셈이다.

상처 없는 사랑을 이 땅 어디에서 대체 찾을 수 있겠는가?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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