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의 향토인들-(17)과기부·정통부

과학기술·IT강국 이끄는 '저력의 영남인'

과학은 얼마 전만 해도 천덕꾸러기였다.

젊은 학자들이 하나, 둘씩 KAIST를 떠나면서 '한국에는 과학이 없다'고 절규했다

과학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학기술부도 비인기 부서였다.

그러나 지난해 과기부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되면서 외견상이나마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연구개발(R&D)을 강조하면서 관련예산도 급증하는 추세다.

정보통신부는 예전에는 개념조차 희미했다.

우체국이 연상되는 체신청 정도였다.

하지만 인터넷의 확산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정통부의 역할은 어느 부처보다 막중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독일과 터키를 방문했을 때 산업자원부장관과 함께 정통부장관이 공식 수행한 사실이 증명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구·경북인들이 이런 과기부와 정통부의 요직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대구·경북인이라고 지역만 챙기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래도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인 게 인지상정이다.

대구·경북이 과학과 정보통신 프로젝트를 잘만 짜면 정부에서 도와줄 잠재적 우군이 많다는 뜻이다.

오명(吳明·65) 과기부 장관은 대구사람이 아니지만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70) 의원과 사돈지간이라 대구와 상관 없지는 않다.

성공한 기술관료로 평가받는 오 장관은 부총리가 된 이후 정통부와 산자부 등 유관 부처에 입김이 더 세졌다.

진대제(陳大濟·53) 정통부장관은 경남이 고향이지만 경북중을 졸업했다.

범 대구·경북인인 셈이다.

진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은 무척 두텁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입각, 지금까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 하나로 신임의 무게를 잴 수 있다.

그에게서 사람들은 '정보'와 '디지털 미디어'를 떠올린다.

삼성전자에서 정보가전총괄사장, 디지털미디어총괄사장, 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사장을 지낸 때문일 게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스톡옵션으로 큰돈을 벌어 재산 공개에서 수십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 상임위에서 한 의원은 "장관 월급이 삼성전자 월급보다 훨씬 적죠"라고 질의하며 부러워한 적도 있다.

진 장관은 요즘 지상파 DMB 기술의 수출에 진력하고 있다.

독일에서 이 기술을 시연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과기부에서 주목받는 부서는 과학기술혁신본부, 그 가운데에도 연구개발조정관실이다.

과기부장관의 부총리 승급에 맞춰 새로 생긴 부서로 각 부처에 있던 R&D 예산을 모두 가져와 합리적으로 조정·배분하는 일을 한다.

김정희(金貞姬·51·경북여고) 생명해양심의관(국장급)은 영남대 의대 교수로 있다가 지난해 11월 공채에서 9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생명과학 분야와 해양과학 분야 R&D 프로젝트를 다룬다.

이 프로젝트에서 예산을 받으려면 그의 마음에 들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

기초의학과 생명과학 전문가인 그는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대해 "우리나라를 과학기술 중심사회로 만드는 주무부서"라 자부하며 "전 부처의 프로젝트를 총괄 ·조정해 예산의 중복 배분을 없앨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은우(李銀雨·50·경주고) 연구조정총괄담당관과 정기준(鄭錡駿·40·대륜고) 연구개발예산담당관은 7조8천억 원의 R&D 예산을 다루는 핵심 실무책임자다.

이 담당관이 연구개발 투자계획을 조정하고, 정 담당관이 그에 맞게 예산을 배분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의 내년 예산도 이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이 담당관은 기술고시, 정 담당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과기부의 '인재'로 꼽히고 있다.

윤대상(尹大相·49·경북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정책조사실장은 대구시에 할 말이 많다.

지난해 까지 과학기술협력관으로 대구시에 근무하면서 양성자가속기 대구 유치, DGIST 설립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DGIST 법의 초안을 만들었던 윤 실장은 "DGIST가 대구의 우수 인력인 의대, 약대 출신을 활용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한물가고 있는 정보통신(IT)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DGIST 기공식에 자신을 초청하지 않은 대구시에 대한 섭섭함도 애써 감추지는 않았다.

최종배(崔鍾培·45·영일군) 원자력협력과장은 포항고를 다니다가 이사해 서울 영등포고를 졸업했다.

부모는 다시 영일로 이사했다.

최 과장은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을 외국에 수출하고, 선진국과 공동연구를 하는 일 등을 한다.

김주환(대구공고) 구조기술협력과장은 28일 현재 외국 출장 중이었다.

정통부에는 석호익(石鎬益·53·왜관 순심고) 정책홍보관리실장이 서열 3위로 장·차관을 보좌하고 있다.

석 실장은 우정국장, 전파방송관리국장, 정보통신지원국장, 서울체신청장, 정보화기획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정통부 업무를 꿰다시피 하고 있다.

활달한 성격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형태근(邢泰根·48·대구고) 정보통신정책국장은 정보통신 분야의 인력 양성, 기술 개발, 산업 육성, 중소 기업 및 벤처 지원 등 주요 업무를 다루고 있다.

김재섭(金在燮·47·계성고) 우정사업본부 경영기획실장은 최근 경북체신청장으로 있다가 요직으로 발탁된 케이스. 우정사업본부는 예금 36조 원, 보험 21조 원의 수신고를 자랑한다.

그는 정책기획 분야에서 오래 일한 기획통이며 테니스 등 운동이란 운동은 모두 좋아한다

과기부와 정통부의 산하기관에도 대구·경북인이 적잖다.

국민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주목적인 과학문화재단의 최영환(崔·69·경북고) 이사장은 과기부 차관을 지냈다.

재단은 과학기술을 언론에 홍보하고 과학퀴즈, 중고생 동아리활동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초연구나 국책연구를 지원하는 한국과학재단은 지역과 업무 연관성이 높다

신동주(申東周·57·대구고) 연구진흥단장이 하는 일은 포괄적이다.

국가간, 기관간 국제협력 업무와 과학자 초청 활용 등이 주업무이나 전문경력 인사 지원, 영재센터 사업 지원, 학술단체 지원, 대학 연구비 지원 등 지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업무도 많다.

그래서 전문경력 인사로 선발된 김종찬 전 대구MBC 이사 등 지역 인사들의 근황을 비교적 자세하게 알고 있다.

조순로(趙順魯·45) 경영기획부장은 안동농고에서 서울대에 진학했다.

입지전적이라 할 만하다.

그는 재단의 예산 기획, 홍보, 연구개발 투자 지원 등의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혁신 업무와 재단의 중장기 비전을 만드는 일도 그의 몫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나노종합팹센터의 이희철(李熙哲·51·의성) 소장은 나노기술의 권위자로 KAIST에서 입김이 세다.

KAIST 공학부 전자전산학과 전기 및 전자공학 교수로 인재양성 등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소에는 구인수(대구상고)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장, 장문희(사대부고) 신형원자로개발단장, 변명우(예천농고) 방사선이용연구부장 등이 전문성을 발휘해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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