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의 4개 의과대(가천의대. 건국대, 충북대, 경희대)와 5개 치과대(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가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간판을 바꿨다. 의사 양성 과정이 기존 예과 2년, 본과 4년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대학원(4년제)에서 공부하는 식으로 변한 것이다. 새로운 교육제도의 첫 시험대에 뛰어든 그들은 의욕에 차 있었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306호 강의실. 치아교정 강의가 한창이었다. 1시간의 이론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5분간의 짧은 휴식을 갖고 실습실로 바삐 자리를 옮겼다. 치아교정을 위한 장치물을 만드는 실습. 아직 손놀림이 서툴지만 흰 가운을 입고 치과 기구를 다루는 모습은 영락없는 의사다.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뀌면서 교과과정이 많이 달라졌다. 송근배 부학장(예방치과학 교수)은 "예전엔 해부학, 보철학, 교정학 등 과목별로 수업을 했지만 지금은 질병별로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며 "따라서 한 과목을 교육하는 데 전공이 다른 여러 교수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실습 시간이 많이 늘어난 것도 특징. 지금까진 치과의사 면허증을 받아도 당장 환자를 치료하는데 서툴렀다. 전문대학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임상실습을 강화했다. 1학년부터 병원에서 임상 교육을 받고 3학년부턴 본격적으로 실습에 들어간다.
일반 대학을 졸업한 만큼 학생들의 면면도 각양각색. 치대 시절엔 대구, 경북 출신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60% 정도가 타지에서 유학을 왔다.
학부 전공도 공학(27명), 자연과학(20명), 간호학(3명), 약학(2명), 의학과 한의학 각각 1명, 농학 1명이며, 인문계열(경영학, 미학) 출신자도 2명이 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충오(27)씨는 "치의료 기기를 다루거나 원리를 이해하는데 학부 전공이 유용하게 쓰인다"며 "강의한 과목과 관련된 전공을 한 학생이 수업 후 다른 학생들에게 '보충강의'를 해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동급생이 맞나 할 정도로 나이 차이가 큰 것도 이색적 풍경. 22세에서 35세까지 벌어져 있어 '띠 동갑'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간호사 출신인 함수경(27)씨는 "학기초에 회의를 열어 나이에 따라 형, 누나, 오빠, 언니 등으로 대우하기로 '룰'을 정했다"며 "바로 위의 선배가 본과 2학년으로 나이가 어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깍듯이 '선배님'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원 1회이지만 치과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를 '30회'(졸업기준)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입학한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수업 분위기도 진지하다. 배용철 교수(구강해부학)는 "수업 성취도가 이전의 예과 학생들보다 훨씬 높다"며 "인생에 대한 계획이나 목적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의사 출신의 구본길(33)씨는 "여기 있는 학생 가운데 부모에게 등 떠밀려서 입학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스스로 진로를 수정했으며, 이에 따른 의욕이 높기 때문에 공부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KAIST 출신의 나광명(26)씨도 맞장구를 쳤다. "전문대학원은 늦게나마 진로를 수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그래서 더욱 열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의학, 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변경한 대학은 아직 소수이다. 대부분 대학들이 의대, 치대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9년쯤 전문대학원에 대한 평가를 거쳐 강제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영진 경북대 치과대 학장은 "전문대학원은 학부의 전공분야와 치의학을 접목시켜 치의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했다"며 "지금의 학생들이 졸업하고 의사로 활동할 때쯤 돼야 전문대학원 도입의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