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짱' 주부 이영미의 요리 세상-마파두부

"혹시라도, 혹시라도 아버지에게 선물 할 일이 있으면 골프 장갑으로 해줘. 선물을 사달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혹시라도 선물 할 일이 있으면 말이야. 열쇠고리도 있고 휴대전화 고리도 많아. 손수건도 정말 많거든.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게 장갑이야."

"난 선물 필요 없으니까 선물 할 생각하지 말고 평소에 잘 해줘. 그게 엄마에게 제일 좋은 선물이야."

우리 부부가 어버이날 아이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은 이렇게 명료했다. 남편은 아이들이 제 기준에서 자기들이 가지고 싶은 것을 선물할 테고 그러다 보면 크게 쓰이지 않는 물건들을 살지 모르니 미리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해두어야 한다며 5월이 오기도 전에 '혹시라도'라는 전제를 붙여 자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을 외쳐댔고 나는 한 번의 선물보다는 일년 내내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평소에 잘해 달라'는 좀 벅찬(?) 선물을 요구했다.

"괜찮다. 바쁜데 뭐 하러 와. 선물은 무슨. 아무 것도 사지마라. 요즘같이 어려운 때 그저 너희 잘 사는 게 제일 큰 선물이지."

부모님들의 '괜찮다=전혀 안 괜찮다'로 알아들어야 한다는 것을 철이 들면서 깨달았고, 그냥 딱 부러지게 이렇게 해달라고 하시지 도대체 정확히 뭘 원하시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며 나는 나중에 자식들에게 괜찮다는 말은 절대 안 해야지 했었다.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다 말하리라.

어버이날을 맞아 연로하신 어른들을 위해 부드러운 마파두부를 만들었다. "어떻게 가져가지? 그릇이 마땅치 않네.""냄비째로 가져가면 되잖아.""상인동에도 드려야 할 거 아냐?"

냄비째 가져가자는 남편의 말에 발끈했고 남편은 처갓집에 드리지 말라고 했느냐며, 가져가기 편하라고 한 말이라며 화를 냈다. '장인 장모님께도 드려야지'라는 말을 기대한 내가 너무 앞서간 것일까? 아이들이 자라고 결혼을 하여 자기 가정을 가졌을 때, 남편과 나는 그때도 지금처럼 어떤 선물을 받고 싶다고 콕, 찍어 말할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두부 1모, 돼지고기 250g, 다진 대파 2큰술, 다진마늘 2큰술, 두반장 1큰술, 참기름과 식용유 약간, 마파소스(간장 2큰술, 생강술 또는 청주 2큰술, 녹말가루 1큰술, 된장 1작은술, 설탕 1작은술, 물 1컵)

◇만들기=①두부는 가로 세로 1.5㎝ 정도로 깍둑썰기를 해 소금을 조금 넣은 끓는 물에 넣어 떠오를 때까지 데친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빼둔다. 식용유에 튀기는 것보다 훨씬 담백하고 두부가 잘 부서지지 않는다. ②돼지고기는 씹히는 맛이 있도록 적당히 다진다. ③준비한 재료로 마파 소스를 만든다. 된장을 넣으면 돼지고기 냄새를 없앨 수 있고 녹말가루도 미리 넣으면 나중에 녹말가루를 따로 풀지 않아 편하다. ④달구어진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대파와 마늘을 넣고 볶다가 향이 나면 돼지고기를 넣고 볶는다. ⑤돼지고기가 익으면 마파소스를 넣고 두반장을 넣은 뒤 마지막으로 두부를 넣고 간이 배도록 좀 더 볶아준다. ⑥불을 끈 뒤 참기름을 뿌리고 접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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