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담도 개발, 노 대통령 지시 확인

청와대 결국 '윗선' 실토…스스로 신뢰 먹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챙기라고 정찬용(鄭燦龍) 전 인사수석에게 직접 지시한 사실이 31일 확인됨에 따라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호남 출신이란 이유로 정책실 등 주무부서가 아닌 '인사수석'에게 일을 맡겨, 대통령 스스로 시스템을 붕괴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간 수차례 해명을 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도 많아 신뢰마저 잃고있는 형편이다.

◇시스템 붕괴

청와대는 그동안 '참여정부의 2인자는 시스템'이라며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윤곽을 인사수석에게 짜보라고 지시한 것. 정책실, 경제수석, 경제보좌관 등 주무 부서가 배제된 셈이다.

이에 정찬용 전 수석은 광주일고 후배인 문동주 서울대 교수에게 프로젝트를 맡겼다.

문 교수는 김재복 행담도개발 대표를 소개했다.

낙후된 호남지역 개발을 위해 서남해안에 관광-물류-IT전진기지를 건설한다는 대형 국책사업이 비선(秘線)에서 은밀히 진행된 것. 대통령 국정연설을 통해 서남해안 개발사업이 몇차례 언급되기는 했으나 공론화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

청와대 핵심실세들이 행담도 개발에 적극 간여한 이유도 설명된다.

서남해안 개발사업과 행담도 개발사업을 동일시했던 이들이 '호남 개발'이란 의욕에 부풀어 지원 의향서 발급, 양해각서 체결 등 동북아시대위원회의 무리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찬용 전 수석은 최근 호남지역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남해안 개발사업은 호남이 팔자 고치는 사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석연찮은 해명

정찬용 전 수석은 지난달 25일 서남해안 개발사업에 나서게 된 경위에 대해 '개인적 관심'이라고 했다.

또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느냐는 질문에 "공식보고는 없었고 동북아위원장이 보고할 때 배석한 적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 전 수석은 노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나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챙기도록 권유받았고, 수시로 진행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수석은 또 김재복씨를 "청와대에서 한 번 만났다"고 했으나 역시 거짓말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을 경질하면서 민간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준 것에 대해 단지 '정책적 오판'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관심과 지시에 의해 서남해안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실을 숨긴 것이다.

◇뒤늦은 고백 이유는?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 뒤늦게 '대통령 지시'를 언급한 배경에 대해 갖가지 분석이 나돌고 있다.

먼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다보니 불쑥 말을 해버렸다는 것.

또다른 관측은 '미리 매를 맞자'는 계산이란 설(說)이다.

감사원 감사-검찰 수사에서 대통령 지시부분이 나올 경우 참여정부가 입게 될 타격이 너무 크다고 보고 미리 흘렸다는 것.

이외 감사원 조사를 앞두고 있는 정 전 수석이 혼자 책임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대통령을 끌고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일부 관측도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사진: 외자유치 과정과 청와대 고위 인사 개입설 등으로 각종 의혹이 일고 있는 경기도 평택과 충북 당진 사이에 있는 행담도 내부. 각종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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