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떠들썩한 신작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가 29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감독 스스로의 입을 통해서, 혹은 기대에 찬 지지자들에 의해 복수 트릴로지의 마지막편으로 불리는 이 영화는 삼부작의 전작 '올드보이'에 비하면 스타일의 기름기가 한층 빠졌으며 '복수는 나의 것'에 비해서는 비장미가 줄어든 느낌이다.
화려한 스타일과 힘있는 캐릭터라는 감독 특유의 재능은 어김없이 영화에 잘 드러나 있지만 복수극하면 기대되는(혹은 '올드보이'로부터 기대되는) 장르적인 재미가 풍부한 것은 아니며 동시에 건조하고 소름끼치는 복수 이야기도 아니다.
제목과 영화사의 이름을 빌려 표현하자면 영화속에서 친절함은 지나치면서도 동시에 갑작스러워 모호함을 담고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인 금자(이영애)는 스무살에 죄를 짓고 감옥에 가게 된다. 어린 나이,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로 인해 검거되는 순간에도 언론에 유명세를 치른다.
13년동안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보내는 금자. "기도는 이태리 타올이야. 아기 속살이 될 때까지 빡빡 문질러서 죄를 벗겨 내"라는 식의 천사 같은 얘기가 나긋나긋한 말투와 친절한 미소 속에서 흘러나오니 '친절한 금자씨'라는 별명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붙여진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한명 한명 열심히 도와주며 13년간의 복역생활을 무사히 마친 금자, 출소하는 순간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치밀하게 준비해온 복수 계획을 펼쳐 보인다.
그녀가 복수하려는 인물은 자신을 죄인으로 만든 백선생(최민식)이다. 13년의 시간만의 문제는 아닌 듯, 금자는 백선생 덕분에 한 아이를 죽게 만드는 데 한 몫 했으며 자신의 아이와 헤어져야 했다. 교도소 생활 동안 그녀가 친절을 베풀며 도왔던 동료들은 이제 다양한 방법으로 금자의 복수를 돕는다.
전반부 절반을 차지하는, 복수를 준비하는 금자의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한편으로는 독특하면서 기발하다. 영리하게 영화를 잘 만드는 박 감독의 재기는 두말할 것 없이 이번 영화에서도 풍부하다.
탄탄하게 꾸려진 인물 한명 한명은 각자의 에너지와 개연성을 가지고 잘 꾸며져 있고 화면은 스타일리시하면서 힘이 있다. 그 틈에서 착하고 밋밋한 표정과 함께 욕설을 내뱉는 금자의 모습은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과 함께 양면의 충돌을 통한 강렬함을 발산한다.
어찌보면 과잉이라고 할만큼 넘치는 스타일로 힘있게 전개되던 영화는 금자와 백선생이 만나 복수가 본격화될 시점인 중반 이후 '속죄극'으로 점프한다. 백선생에게 복수를 할 사람들은 모두 모여서 복수의 방법을 토론하고 각자 복수할 순번을 정한 뒤 그에게 린치를 가하기 시작한다.
복수에서 속죄로 넘어가는 이 순간은 동시에 영화가 지나치게 친절해지는 순간이다. '말이 지나치게 많은' 복수와 이후 이어지는 금자의 속죄는 영화적이기보다는 연극적이며 은밀한 상징이기보다는 너무 직접적인 연설인 까닭에 당황스럽다.
복수의 계기 만큼 속죄의 계기도 애매해진 것은 이때부터다. 감정은 친절하면서도 추상적인 까닭에 여전히 모호하고 동시에 복수의 스릴도, 속죄의 아픔도 느껴지기는 쉽지 않다.
이영애의 화려하면서도 설득력있는 연기변신과 박찬욱 감독의 여전한 테크닉이 담겨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듯 하지만 이쯤 되면 영화는 복수와 속죄에 대한 교훈극, 혹은 복수 강박증 환자의 싸이코 드라마(치유가 너무 쉬워보이는)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다. 상영시간 112분, 18세 관람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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