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오너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두산그룹은 가족회의를 통해 회장직에서 물러난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이 최근 동생인 박용성 회장 취임에 반발해 검찰과 모 방송사에 그룹의 경영현황을 비방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용오 전 회장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동생인 박용성 회장을 비롯, 그룹 오너 가족들이 20년간 총 1천7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직적으로 조성하고 이를 사조직 관리 및 노조탄압에 사용한데 대해 관계관의 엄정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 두산 경영권 분쟁 배경 =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두산산업개발 계열분리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형제간 불화가 박용성 회장의 전격적인 그룹 회장직 승계를 계기로 회복불가능한 상황으로까지 악화됐기 때문으로 두산그룹 안팎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두산그룹내 이상기류는 박용오 명예회장이 올해 초부터 두산산업개발을 그룹에서 떼어내 자신과 아들들에게 달라고 요구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은 박용오 회장의 이런 요구를 거절했으며 이때부터 두산산업개발을 둘러싼 가족간 대립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박용곤 명예회장 등은 박용오 회장의 지분율이 0.7%에 불과한 데다 계열 분리가 선친인 박두병 초대회장의 '공동소유, 공공경영'의 원칙과 그룹 전체의 이익에도 배치된다는 이유로 박용오 회장의 독립요구를 허용하지 않았다. 박용오 회장이 이후에도 계속 두산산업개발을 요구하며 파열음을 내자 마침내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 회장직을 박용성 회장에게 넘겨주고 박용오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도록 했다.
회장직 이양은 두산산업개발 양도 거부로 불만이 누적된 박용오 회장의 분노를 폭발시킨 기폭제가 됐고 이에따라 박용오 회장은 박용성 회장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고 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용오 회장이 제기한 박용성 회장의 해외 밀반출 의혹과 관련, 그룹측은 "박용오 회장 시절인 4년전쯤 대주주 및 계열사들이 인수한 MPI라는 미국계 바이오기업의 식물성장 촉진제 개발 비용으로 들어간 돈일 뿐"이라며 "임상실험 한 회당 3만 달러 정도가 투입되며 이 회사는 내년부터 '대박'을 기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박용오 명예회장 퇴출과 그룹 경영구도 변화 전망 = 두산측이 박용오 명예회장을 퇴출키로 함에 따라 그가 갖고 있는 ㈜두산 대표이사 회장,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직에서도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박용오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 두산산업개발 상무 역시 경영에서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오 회장과 자제들이 경영에서 배제되면 두산의 경영구도에서 박용성 그룹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측은 앞으로도 계속 '공동소유, 공동경영'을 축으로 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박용오 회장과 그 자제들이 빠진 가족회의가 예전과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두산그룹 '위기탈출' 비상 = 두산그룹은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1991년 터진 페놀 사건 이후 최대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진흙탕 싸움으로 그룹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을 뿐 아니라 진정서 등에 언급된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이에따라 21일 심야에 사장단 회의를 열어 경영권 다툼으로 기업운영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대한 경영안정과 업무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한편 매출, 수익 등 경영성과 제고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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