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발레는 과연 예술일까, 쇼일까? 엄밀히 말해 발레의 테크닉이 전혀 들어가 있지않은 아이스 발레를 전통적인 발레로 보긴 힘들다. 발레 무용수들의 섬세한 움직임과 가벼운 도약, 화려하고 다양한 스텝을 보여주기엔 스케이트는 무거운 족쇄나 다름없기 때문. 하지만 러시아에서 '발레'는 무대에서 추는 창작춤을 통칭한다. 따라서 발레의 예술적 형식을 빌려 속도감있게 은반 위에서 추는 춤에 '아이스 발레'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큰 부담이 없다.
볼쇼이 아이스 발레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아이스 발레 공연을 선보이는 단체다. 1986년 창단 후 발레의 예술성과 스케이팅 테크닉을 접목시켰다는 호평을 받아 왔다. 유럽챔피언 출신이며 러시아 공훈예술가인 단장 이고르 보브린을 중심으로 단원들 중 상당수가 올림픽·세계선수권·유럽선수권 등 각종 대회의 우승자들이다.
내달 11일부터 21일까지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은빛 향연을 펼치는 '2005 볼쇼이 아이스쇼'를 미리 만나봤다. 내한 첫 공연이 열린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BEXCO. 2천800석 규모의 공연장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날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는 환상적인 마법사 이야기를 아이스발레와 서커스로 꾸민 '메리 포핀스'와 동화와 발레로 익숙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우리 귀에 익은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와 '볼레로', '샤키라', 영화 '타이타닉', 대중가요 '왜 이래' 등의 테마에 맞춘 솔로 공연도 펼쳐졌다. 배우들은 스포츠 선수로서의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스케이팅 특유의 스피드와 경쾌함에 발레의 현란한 테크닉, 현대적인 안무와 연기력을 덧입히며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의 특징은 역시 '쇼'에 방점이 찍힌다는 점. 주최측이야 '예술성'을 강조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마술이나 덤블링, 저글링으로 예술적인 수준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빙판위에서 아름다운 선남선녀가 펼치는 볼거리 가득한 잔치라고 보는게 맞다. 가족 혹은 연인끼리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절묘한 접점인 셈이다.
준비 기간이 부족했던 탓일까. 아쉽게도 이날 공연에서 배우들은 수차례나 넘어지거나 휘청거렸다. 심지어 파트너의 스케이트 날에 걸려 의상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빙질에 문제가 있는 듯 했다. 일반 무대에는 바닥에 냉각 파이프를 깔아 강제로 매끄러운 얼음판을 만든다. 공연하기에 적당한 얼음의 두께는 6㎝. 1㎜ 두께로 얼리는 데 2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림잡아 5일은 꼬박 얼려야 한다. 하지만 무대 준비 기간은 4일에 그쳤다.
지난 18일 입국한 배우들의 무대 적응 시간도 부족한 듯 보였다. 이날 최종 리허설은 마치 평상시 연습장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때문일까. 성우들이 더빙한 나레이션과 배우들의 움직임이 정확하게 맞아들어가지 않는 점이나 플라스틱 고리로 저글링을 하던 도중 놓치거나 들고 있던 신문을 놓치는 등 실수가 잦았다. 장기공연을 하면 점차 해결될 수 있다니 지켜볼 일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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