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축구, 간신히 지켜낸 '공한증'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한국 축구가 27년 동안 이어내려온 중국의 '공한증(恐韓症)'을 간신히 지켜냈다.

공한증이란 중국축구대표팀이 역대 A매치에서 한국을 상대로 25전 10무15패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징크스를 가리키는 말.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3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동아시아연맹(EAFF)축구선수권대회 중국과의 개막전에서 사상 첫 패배의 위기까지 몰렸다가 후반 28분에 터진 김진규(이와타)의 프리킥 골로 겨우 무승부를 기록,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은 경기 시작 6분만에 상대 스트라이커 가오린이 퇴장당한 것을 시작으로 후반 38분과 40분에는 카오양과 리웨이펑이 잇따라 레드카드를 받아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싸우면서도 자칫 안방에서 망신을 당할 뻔한 위기를 맞았던 셈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그런 기록(중국전 무패 기록)을 이어간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오늘 우리는 지능적이지 못한 플레이를 했다. 상대방에 수비를 정비할 시간을 많이 내줬다"며 대표팀의 경기 내용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졸전을 펼친 것은 초반부터 돌발상황이 벌어진 데다 해외파 선수들의 불참에 따른 공백이 컸다는 분석.

이천수(울산)는 경기를 마친 뒤 본프레레 감독에게 무척 혼났다는 사실을 전하며 "상대 선수가 일찍 퇴장당해 쉽게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감독님이 오늘 역습 위주로 공격할 것을 지시했는데 저쪽이 일찍 수비 위주로 잠가버려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유럽파 이영표(에인트호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불참으로 생긴 미드필더진의 공백도 한국의 플레이를 매끄럽지 못하게 한 결정적인 요소였다.

스리톱의 왼쪽 날개로 선발출전한 이천수는 후반 오른쪽 측면을 강화하기 위한 본프레레 감독의 지시로 반대쪽 측면 미드필더로 내려왔으나 "그 자리는 처음 서봤다. 선수들이 전술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주장 이운재(수원)는 젊은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이날 멤버들을 언급하며 "선수들의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것도 어렵게 경기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졸전은 본프레레호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그만큼 중국 축구가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제골을 넣은 순시앙 등 2010년 월드컵을 노리는 '플래티넘 세대'와 천타오, 자오수리 등 베이징올림픽을 노리는 '2008세대' 등 당국의 집중적인 관리로 육성된 젊은 선수들이 만만치 않은 기량을 갖췄음이 이날 증명된 것.

그러나 주광후 중국대표팀 감독은 "한국에 배울 점이 많았다"며 무승부의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