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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마음의 눈' 으로 농사 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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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시각장애인 이문광씨

'앞 못 보는 농부가 논 4만여 평을 혼자서 경작한다면….' 어떻게 논길을 다니며 모를 심고, 물과 비료를 주며 추수를 할까?

1급 시각장애인 이문광(66·포항시 남구 대송면 남성1리)씨는 논 4만5천여 평(300마지기)을 혼자서 경작하는 대농(大農)이다. 300마지기 중 자신의 논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리경작(추수해 논 주인과 나눠 가지는 것)을 하고 있다.

"워낙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라 조금도 불편한 것이 없어요. 모심기, 물대기, 비료주기, 풀베기, 추수는 혼자 할 수 있고 단지 경운기, 트랙터, 양수기 등 농기계 사용 때는 아들들이 도와줍니다."

이씨와 함께 사는 큰아들(42)과 막내(35)는 인근 포철공단 내 동국제강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둘째(40)는 포항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면서 수시로 아버지 논 일을 도와 준다. 이씨 아들 삼형제는 마을에서 효자로 소문나 있다.

"논에서 일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이씨는 "가끔씩 외출할 때도 있지만 한나절이라도 논과 집을 떠나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밤눈이 어두웠다. 12, 13년 전만 해도 밝은 곳에서는 어느 정도 물체를 식별할 수 있었지만 이후 완전히 실명했다.

외출할 때는 대나무 지팡이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 머릿속에 그려진 지도를 따라 막대기만 있으면 동네 구석구석, 논밭을 잘도 찾아다닌다. 큰며느리도 이씨와 자주 동행한다.

"처음에는 고치려고 서울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회복이 힘들다는 말을 듣고 치료를 포기했어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이씨는 요즘 논에 물을 대느라 밤을 새우는 날이 많다고 한다. 낮에는 서로 물을 대느라 자신 논에까지 물이 돌아오기가 어려운 만큼 다른 농민들이 자는 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왜 이렇게 일만 하느냐고요. 어릴 때부터 워낙 고생을 해 자식들에게만은 제가 겪은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농사일에 정성을 쏟는 이씨는 논에 마음의 눈을 담고 도(道)를 심고 있는 듯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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