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 '교통사고', '불치병', '기억 상실', '삼각관계', '유학' 등 비슷한 소재가 자꾸 나와서 사람들이 처음에는 잘 보다가 식상해서 점점 흥미를 잃는 것 같아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이달 말 문학석사 학위를 받는 몽골인 유학생 수크라흐샤 문흐자르갈(30·여)씨는 23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아시아 지역을 휩쓸고 있는 '한류(韓流)' 콘텐츠의 약점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학위논문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문화 -- 몽골에서 "한류"를 중심으로」를 통해 몽골에서의 한류 열풍 실태, 원인, 문제점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는 연예인들의 외모가 인종적으로 몽골인과 매우 유사해 친근감을 주는데다 아시아인의 비슷한 생활 모습, 가족적이며 성실하며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등장인물들의 성격 등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몽골에서 한류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달리 단순히 문화상품 소비에 그치지 않고 정치 및 경제 분야에까지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심지어 의식주 등 생활 문화와 풍습까지 변동시킬 정도로 강력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 가요, 게임 등으로 한국 문화를 접한 몽골인들이 한국 화장품, 전자제품, 패션의류, 장신구 등을 많이 찾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유발 효과는 수천억원대에 이른다는 것.
몽골이 1950년대부터 북한과 문화 교류를 지속해 온 점도 한국 문화에 대한 친밀감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80년대 말에 몽골에서 상영된 북한 영화 '홍길동'은 지금의 한류 열풍과 맞먹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현재 몽골에서 부는 '한류 열풍'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인 소재로 유사한 내용의 드라마가 계속 제작되고 심지어 출연자들과 촬영 장소까지 겹치는 현상이 이어질 경우 더 이상 한류가 지속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자르갈씨의 지적이다.
그는 "한류의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한국 문화의 내면을 보여 주는 신선한 작품이 선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몽골국립대 한국학과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2년간 조교로 근무하다가 주 몽골 한국대사관에서 일하기도 했던 자르갈씨는 정부 초청 장학금을 받아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와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몽골 국립외국어대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자르갈씨의 남편은 연세어학당에서 2년간 한국어를 배운 뒤 올해 신설된 경기대 일반대학원 교육인적자원개발학과에 다니고 있다. 이달 말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는 자르갈씨 외에도 일본인 오이카와 히로에씨, 중국인 조빙씨 등 외국인 여자 유학생들이 잇따라 석사학위를 받는다.
오이카와씨는「한국 이주노동자 지원 NGO의 가능성과 과제-대학로 라파엘 클리닉을 사례로-」를, 조씨는 홍수전과 최제우 사상비교연구」를 학위논문으로 제출했다. 이들 3명은 이날 졸업가운, 한복, 중국 및 몽골 전통 복식 등을 번갈아 입고 함께 모여 졸업 사진을 찍는 등 작별을 앞두고 아쉬운 한때를 보냈다.
2살 난 딸을 몽골 친정에 맡겨 둔 자르갈씨는 "석사 졸업 후 진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나 한국에서 사회학 방면으로 계속 공부를 하려는 희망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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