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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시평-고가옥에서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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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Life-Style)의 변화로 여가활동에 대한 수요증대와 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동을 찾는 관광객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5도2촌(5都2村=주중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주말 이틀은 시골에서 보내는 생활) 시대를 맞아 전통 고가옥 체험장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의 이미지와 맞물려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현재 안동의 고가옥 체험장은 종택 체험장 8곳, 일반 고가옥과 서원 체험장 4곳, 사찰 체험장 3곳 등 총 15곳이 운영되고 있다. 예부터 인적, 물적 기반과 역사적, 문화적 자산이 풍부했던 안동은 현재도 많은 명문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종가에는 대부분 종손과 종부가 기거하며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이라는 양반의 법도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통문화가 박제된, 혹은 그저 사라지는 문화가 아니라 살아 숨 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제 대중 속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종가에서 종손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사람들은 어렸을 적 외할머니댁에서나 느꼈을 법한 따뜻함과 정겨움을 느끼고 돌아간다.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우리의 유교 문화, 더 나아가서는 전통문화를 조금 더 가깝고 정겹게 느끼게 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지금까지 많은 관광객이 안동의 전통 고가옥을 체험하고 돌아갔다. 올 여름 휴가 때만 줄잡아 5천 여 명, 2004년 한 해에는 2만7천여 명이 찾았다. 그동안 일부를 개방해 운영했으나 홍보와 예산지원 등 활성화사업이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관광객이 직접 인터넷과 대중매체를 통해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편리한 현대적 주거생활에 익숙한 분들이 고가옥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안동을 기억하고 돌아갔다. 특히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은데 한지 공예, 솟대 만들기, 민속놀이 등의 체험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고가옥도 체험관광객들로 인해 억겁의 정적을 털고 새로운 생기를 되찾았다. 끊겼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들이 다시 만들어졌고 옛 것과 현재가 교감하는 장을 이뤄냈다. 우리 옛 것에 생경한 외국인 관광객조차도 전통 고가옥에서의 하룻밤을 매우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재차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 고가옥 체험은 스쳐 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머무르는 관광으로 안동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안동관광에 있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숙박 문제이다. 이러한 숙박 문제들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통 고가옥 체험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면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숙박시설이 아닌 안동만이 가진 특성화된 숙박문화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안동시에서는 금년에 10개 동의 전통 고가옥 체험장에 국비 4억 원과 시비 2억4천만 원, 그리고 자부담을 포함한 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관광객의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내년도에는 11개 동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으로 현재 문화관광부의 심의를 받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276점의 안동 문화재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축문화재의 재발견을 통해 안동시에서는 안동이 전통 고가옥 체험장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관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익히고 몸으로 체험할 때 사랑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동의 전통 고가옥 체험이 안동을 찾는 관광객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따뜻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어 안동 하면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한 고장으로 기억되기를 고대해 본다.

(안동시 문화관광과장 전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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